서울 본가에 살 땐 따로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 자기 전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자면 그뿐이었다.

 

대전에서 홀로 살기 시작하자, 잠이 들면서도 믿을 구석이 없었다. 핸드폰 알람 10개에 눈을 떠야만 한다.

절대 지각해선 안된다고 잠이 들면 과도한 긴장 때문에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깼고, 차라리 마음 놓고 자자고 하면 알람소리를 못 듣기도 했다.

 

"일어나 일어나"하던 그 시끄럽던 엄마의 소리가 있어 밤에 푹 잘 수 있던걸 여태껏 몰랐다.

나를 물면서 깨우는 아깽이녀석.


내 방에 새로 들어 온 작은 아기 고양이는 새벽 5시만 되면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이불을 덮고 자다가 발이 이불 밖으로 나오면 그 발을 문다. 그래도 깨지 않으면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을 문다.

 

그러면 나는 이불 안으로 손과 발을 집어넣어 아기 고양이가 손과 발이 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가 다시 손과 발이 이불 밖으로 삐져 나오면 고양이는 다시 물기 시작한다. 그러면 눈을 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나의 아기 고양이는 새벽 5시에 눈을 떠서 내가 일어날 때까지 물기를 반복한다.

 

내 손을 자꾸 깨무는 내 고양이
.


어느 날은 고양이가 무는 것이 감미로운 애인의 손길 같다가도, 어느 날은 좀 더 자게 내버려두지 싶은 잔소리쟁이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물어대는 고양이의 버릇을 고쳐야겠다 싶었다.

 

내 손과 발이 상처투성이가 됐다. 인터넷을 뒤적 뒤적 찾아보니, 고양이가 물 때는 고양이 코에 딱콩을 때리거나, 몸을 흔들거나, 코에 바람을 넣으라는 조언이 눈에 띈다.

고양이가 내 손을 물던 어느 날, 나는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한 손으론 코에 '딱콩'을 했다. 엄지와 셋째를 동그랗게 말고 튕겨서 한대 쳤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다시 내 손을 물기 시작했다.

 

내 손에 붙잡혀서 우울한 고양이.

다시 딱콩. 고양이는 다시 온 얼굴의 힘을 다해 찡그린다. 

 

뒷목은 내게 잡혀있고, 두 발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막으면서 저항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내 손을 계속 물고 있다. 

 

다시 딱콩. 고양이는 또 모든 얼굴의 근육을 동원해 찡그리면서 내게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러니까 물지 말란 말야" 중얼대지만 고양이는 한국 말은 알아들을 수 없다.

 

 

고양이가 한국 말을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혼자 고민을 해봐도 고양이에겐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뇌 같은 건 없는 게 분명하다. 고양이 목에서 나오는 울음은 '야옹'이 전부다. 그럼 어떻게 해야지. '딱콩'밖에 답이 없는 걸까.

나는 결혼도 안했고 아기를 낳아본 적도 없다. 심지어 연애도 안하고 있는 슬픈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내게 모성애를 알려준다.

 

나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냥 가만히 있는 고양이인데 안쓰럽고 불쌍하다. '혼자 오래 있어서 외로운걸까. 고양이는 왜 이렇게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까.'

 

동물병원에 갔던 날, 수의사쌤한테 "내가 집을 오래 비워서 그런지 고양이는 제 발을 그렇게 쫓아다녀요. 밖에 나가려고 하면 못나가게 발을 물고 야옹거리고 난리에요."라고 말했다. 

 

수의사 쌤은 "가만히 있어도 무릎 위에 올라오나요? 그놈 참. 강아지로 태어나야할 녀석이었는데. 집 오래 비워서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성격이 애교가 많은 애인거에요"라고 대답해줬다. 

 

 

내 고양이는 정말로 강아지 DNA가 있다. 나랑 발을 맞춰서 집안을 돌아다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하면 내 배위에 올라와서 같이 잠에 든다. 고양이야. 너 이제 3kg 넘는건 아니..?

 

나는 아침에 일찍 회사에 가서 밤에 늦게 집에 온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워라밸은 밥말아먹고 없다. 집 현관에서 번호판을 띡띡띡 누르면 고양이가 뛰어 나와서 현관문 앞에서 대기한다. 띠띠띠. 누르는 소리에. 우다다다다. 하는 소리가 집안에서 들린다. 

 

 

내 등장에 고양이는 앞 발을 쭉 편채 기지개를 한번 편다. 내 다리에 머리를 박치기하면서 반가움을 표현한다. 나 좀 보시게. 하면서 뒤로 발라당 누워 자신의 귀여움을 한층 뽐낸다. 

 

난 이 요물 덩어리를 번쩍 들어안고 쓰다듬는다. 그럴 때 고양이가 얼마나 불쌍하지 모른다. 왜지. 왜 불쌍하지. 안쓰럽지.

 

 

고양이가 나보다 빨리 죽으면 슬퍼서 어쩌지. 이런 생각이 너무 자주 든다. 고양이가 너무 불쌍하다. 고양이의 수명이 나랑 비슷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고양이가 불쌍할까. 나를 남겨 두고 먼저 가버릴 고양이를 그리워할 내가 불쌍한걸까. 그냥 고양이와 나 둘다 불쌍하다. 

 

사랑이 이런걸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 사랑은 뭘까. 모성애일까. 내 귀여운 아가 고양이다. 

아름다운 남산을 걸었다. 내 고양이도 데려 와서 나란히 발 맞추며 걸으면 어떨까. 고양이에게 이 아름다운 남산을 보여주고 싶다. 

 

내 고양이는 태어난지 얼마 안돼 분양소로 갔고 2개월만에 내 품으로 왔다. 고양이가 머물렀던 곳은 태어나서 분양소와 내 집밖에 없다. 

 

'고양이야. 여기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단다. 너에게 나무와 풀, 흙과 바람을 보여주고 싶구나.'

 

나는 야심차게 하네스를 샀다. 하네스를 완강히 거부하던 내 고양이다. "싫다고!!"하면서 고양이는 하네스를 도망다녔다. 우다다다. 

 

어느 날이었다. 고양이랑 놀고 있었는데 고양이의 정신을 빼놓은 사이에 하네스를 채웠더니 놀랍게도 얌전히 있는 것이다. 그 뒤에도 여전히 하네스를 채워도 얌전히 있다. 천사같은 내 고양이다. 

 

 

고양이와 산책을 하기 위해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고 집을 나섰다. '고양이야. 너 근데 그동안 많이 컸구나. 2키로 넘는거지?'

 

노트북도 2키로가 넘으면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니는데 남산까지 고양이를 데려갈 생각을 다 했을까. 

 

어차피 나선 길이므로 남산까지 낑낑대며 올라갔다. 어느 정도 사람이 드물고 한적한 곳에서 고양이를 꺼내놓았다. 나의 사랑스럽고 얌전한 고양이는 짐승 특유의 본성으로 여기저기 킁킁대기 시작했다. 

 

킁킁대면서도 어딘가에 숨으려고 한다. 사람이 지나가거나 버스 등이 지나가면 엄청나게 겁을 먹은채 산 모퉁이에 있는 나무로 숨어버렸다. 

 

인도로 발맞추어 걷는 것은 고사하고 산속으로 숨어들어가기 바쁜 녀석이다. 

 

 

이래선 안된다. 이래선 다시 이동장에 넣어서 집으로 가는수밖에 없는 걸까. '고양이야. 뭐가 그렇게 겁이나니. 내가 옆에서 널 보고 있잖아. 날 좀 믿어줘.' 라고 말을 건네지만 고양이는 듣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달라고 원망섞인 눈으로 쳐다보다가 나무 틈으로 숨기에 바쁜 것이다. 산책이 이렇게도 어려운 거였구나. 

 

잠에 눈을 뜬다. 창밖 풍경이 보이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햇빛은 들어오는데 아름다운 고양이가 우아하게 앉아있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나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내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사치다. (잠을 푹 못 잤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아름다운 고양이는 눈을 크게 뜨고, 아니 원래부터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 고양이는 나랑 수면시간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내가 잘때 같이 자고 내가 일어나면 같이 일어난다. 

 

아침에 핸드폰 알람소리가 들리면 고양이는 그 소리를 듣고 누워있는 내 배로 올라온다. 그리고 그릉그릉 거리면서 나를 깨운다. 

 

고양이는 "이 알람 소리가 들리면 네가 일어나는 시각이 됐단 걸 나는 알아. 근데 너는 왜 안 일어나고 누워있니"라면서 빨리 일어나라고 내 손을 깨문다. 

 

나는 알람소리를 듣고 한번에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늘 고양이의 잔소리를 듣는다. 고양이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내 위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기만 해도 이미 잔소리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고양이가 내게 가까이 오면 더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아름답고 귀여운 고양이가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서 나는 고양이를 만지고 있으니 더 나른해질 뿐이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쳐다보고 있으면 그냥 이렇게 계속 사치를 부리고 싶다. 일어나기는 더욱 싫어진다. "고양이야. 너는 왜 이렇게 부드러운 털이 있니."

 

고양이처럼 온몸이 다 털로 뒤덮여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따뜻할까. 고양이랑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몇분간을 노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을때까지 누워있는다. 

 

그리고 회사로 나선다. 회사는 언제나 가기 싫다. 왜 일까. 어떤 사람은 일이 취미라면서 심심해서 일한다고 했다. 나는 놀게 너무 많아서 탈인데. 

 

 

토요일은 거의 하루종일 잠을 잔다. 일주일 동안 잠 부족에 시달리다가 늦잠을 잔다. 11시쯤 내 방에 들어오는 빛을 맞는다. 창문으로 보이는 빛줄기와 나무. 그리고 가지런히 놓아둔 내 장식품들. 그 사이의 한마리 고양이. 

 

그럴 때면 '어쩌면 성공한 인생'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완성된 것 없는 삶인데 그냥 이순간은 그런 느낌에 충만해진다. 그리고 고양이를 부른다. "고양이야. 야옹아."하면 고양이는 언제나 뒤돌아 나를 쳐다본다. 

 

 

단잠을 자고 있었다. 쨍그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내 방 창문으로 돌을 던져서 창문이 깨진걸까. 아니면 운석이 날라와서 지구가 곧 멸망하는 걸까. 대체 이 쨍그랑 소리는 뭐지?

 

눈을 뜨고 창문을 살펴보니 멀쩡하다. 대체 뭐가 깨진 거지 ? 

 

바닥에 화분이 어지럽게 하나 놓여있다. 부엉이 모양의 장식품도 있는데... 설마 뭐가 깨진거지. 부엉이 저건 비싼건데..안돼..ㅠ_ㅠ

 

 

다행히 화분이 깨졌다. 화분은 사실 가짜 화분이다. 다이소에서 2천 원 주고 산 거다. 유리병 안에 가짜 식물이 들어있는 모조 화분이다. 

 

유리조각이 흩어져있을게 뻔하다. "고양이야. 대체 왜 그랬어? " 하고 크게 말을 걸었는데 고양이는 눈을 크게 뜨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을 뿐이다. 

 

아. 바보 고양이. "바보 고양이야. 너 왜 저거 깨뜨렸어? "라고 말했는데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고양이는 "이거 내가 한거 아닌데. 화분이 스스로 떨어져서 깨진 거"라고 하는데.. 쩝.

 

난 아무것도 몰라요.

 

일단 유리조각을 치우기가 너무 귀찮으니까 고양이를 방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다. 고양이를 거실에 내놓고 방문을 닫았다. 고양이가 구슬프게 운다. 애-옹. 애-옹. 고양이가 '방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졸리니까 잔다.

 

잘만큼 자고 일어나서 유리조각을 치웠다. 방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고양이가 들어온다. "고양이야. 앞으로는 어떤것도 깨뜨리지 마. 알았어 바보고양이야?" 라고 하니까 고양이가 바보 아니라고 하면서 머리를 비빈다.

 

 

그런데 고양이는 바보가 맞는 것 같다. 고양이는 내 손보다 내 발을 더 좋아한다. 내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조금 가만히 있다가 발밑으로 내려가서 내 발에 머리를 문댄다. 

 

고양이한테 "이건 손이고 이건 발인데 발은 좀 더러울 수도 있는데 손한테 오지 그래?"라고 말을 걸어도 "별로.."라면서 발이 좋다고 한다. 

 

고양이는 침대 밑에 삐져나와있는 내 발에 머리를 문대는걸 좋아한다. 고양이는 땅바닥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내 고양이한테 가끔 "바보 고양이야 안녕"이라고 말을 건다. 고양이는 바보스러운 측면이 사실 되게 많다. 고양이는 아니라고 우기지만..

 

 

마냥 귀엽기만 한 고양이지만 고양이와 나 사이에도 위기가 있었다. 갓 태어난 예쁜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졌지만 고양이는 생명체였다.

 

고양이는 가만히 있는 인형이 아니다. 물론 인형처럼 아주아주 예쁘지만 살아있고 움직이고 뛰어다닌다. 

 

나의 아기 고양이는 갓 태어난 생명체라 그런지 생기가 넘쳤다. 우다다다 하면서 작은 집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얼마나 재빠른지 모른다. 

 

고양이가 여기 있는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이동해버려 저 구석에서 나를 보고 있다. "고양이야 혹시 눈 깜빡하는 사이에 공간이동을 하는거니? 어떻게 저기에 있어?"라고 말을 걸어도 눈만 끔벅끔벅한다. 

 

정말 고양이가 공간이동을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을 5번은 한 것 같다. 매우 빠르다. 

 

내가 인형처럼 예쁘지. 하지만 나는 살아있어.

고양이의 엄청난 활동성은 잠을 자야할 때 제일 골치가 아프다. 왜일까. 새벽마다 고양이는 미친듯이 뛰어다닌다. 우다다다다.

 

방 끝에서 방 끝까지 달린다. 달리기 기록을 재는 걸까. 방의 넓이를 가늠하는 걸까. 뛰어다니면서 전력질주할 때 어느정도 넓이인지 재는 걸까. 

 

고양이의 달리기는 꽤 오래 지속된다. 매우 시끄럽다. 내 존재가 여기 살아있소, 외치는 듯이 열심히 달린다. 그렇게 하루에 써야할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나면 내 배 위로 올라온다. 

 

내 배 위에서 힘이 다 빠져서 고양이는 그릉그릉거린다. 그릉-그릉. 그래 이제 나도 좀 자자. 좀 이제.. 우리 조용히 잠을 자자. 

 

 

아무것도 모르는 태어난 지 2개월밖에 안된 내 고양이는 가끔 사고를 친다. 정말 너무 어려서 고양이가 사고를 치는 것은 다 용납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은 고양이가 바보같이 사고를 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나는 긴 미역처럼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회사 다니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지 내 몸은 축 늘어진 미역이 된 것 같았다. 내 미역 같은 머리 카락이 침대위에 흔들리자 고양이는 그 움직임을 감지했다.

 

뭔가 사락 사락 흔들리니 고양이의 본능이 살아났다. 고양이는 흔들리는 내 머리카락을 꼭 발로 쳐야 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본능은 얼마나 힘이 센지 멈출 수 없다. 고양이는 내 머리카락을 치고 또 친다.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쳐야 하는데. 고양이가 머리카락을 치니까 움직이고 움직이니까 또 고양이가 친다. 고양이가 그렇게 장난감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매우 좋지만 그 장난감이 내가 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고양이야 이제 그만해"라고 말을 했지만 고양이는 한국말을 못한다. 내 말을 무시하고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 뿐이다.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것은 널브러져 있을 때 뿐이 아니다. 내가 자면서 이리저리 뒤척이면 고양이가 내 머리카락을 표적으로 삼는다. 고양이는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가 혼자서 엄청 신이 나서 발톱을 세워버렸다. 

 

세운 발톱으로 날카롭게 내 이마와 눈가를 쓱- 할퀴었다. 

 

"으아아악!" 너무 아프다. 뭔가 피가 나는 느낌도 든다. 

 

재빠르게 거울로 눈알을 살펴본다. 다행히 눈가의 피부가 조금 찢어졌으나 눈알은 멀쩡하다. 정말 놀랐다. 

 

0.1cm정도가 찢어졌다. 그러나 매우 아팠고 너무 놀랐기 때문에 이 놈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됐다. 앞으로 한 번 더 나를 할퀴게 둘 수는 없다.  

 

"절대 나를 할퀴면 안돼!! 알았어???"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두번째 손가락으로 고양이 얼굴 앞에서 삿대질을 했다. 위협을 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겁을 줬는데 알아듣기는 한걸까. 

 

"할퀴지마!"라고 말을 하지만 고양이는 '한국어 못 알아들어'라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다.

 

그 다음부터 고양이가 할퀸적은 없지만 깨물거나 하면 무서운 목소리를 내고 삿대질을 했다. 

 

무서운 포즈와 무서운 목소리를 내면 말은 못알아들어도 상황 파악은 되는 걸까. 

 

고양이는 말을 잘 알아들은 듯 하다. 여러번 고양이에게 경고를 했다. 나를 깨물때마다 무섭게 했다. 그 뒤부터 고양이는 나를 핥는 것을 좋아하지만 잘 깨물지는 않는다. 

감동을 받은 순간도 있다. 고양이가 내 무릎에 올라오려고 두 발을 쫙 펴고 발톱을 내보였다. 발톱을 세워 내 허벅지에 올라오려니 날카로운 발톱은 내 허벅지를 할퀸다. 

 

나는 고양이한테 "아아아!!! 아프다고!!"라고 말했더니 고양이가 갑자기 발톱을 쑥 집어넣는다. 

 

"내 말을 알아들었니? 착한 고양이야? 바보라고 한거 취소한다."고 나는 금세 칭찬했다.

 

고양이는 내 무릎에 올라오려고 할때는 발톱을 넣는다. 정말이다. 정말로 고양이는 내게 올때마다 날카로운 발톱을 안으로 집어넣고 온다. 정말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뉴스레터 언니단에서 나온 글인데 좋아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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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오늘에 연결된 어제와 내일의 문을 닫는다. 온전히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 위함이다.
하루를 세개의 덩어리로 나눈다. 오전(08:00~14:00), 업무 시간(14:00~18:00), 저녁(18:00~24:00).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시 너무 좌절하지 말 것. 실패는 수습하면 된다.



1. 오전(08:00~14:00): 혼자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보내기

회사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게 알람 소리다.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로 알람을 해도, 졸린 귀에는 송곳처럼 따갑다. 내게는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기분 좋은 하루의 아주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개운하게 눈이 떠질 때까지 충분하게 자고 일어난다. 그러면 8시쯤 된다.

입을 가볍게 헹구고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에 일기를 쓴다. 이름하여 ‘모닝 페이지’라는 것인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나온 창의성을 일깨우는 기록 방법이다. 마음속 시끄러운 말들을 다이어리 세 페이지에 탈탈 털어놓으면 머리가 깨끗해진다. 그렇게 미움과 걱정 등을 쏟아내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일기를 쓴다.

9시에 옷을 갈아입고 요가 학원에 간다. 요가를 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자세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다. 종종 요가 경력 10년이 넘은 할머니들의 유연함을 따라가려고 혼자 무리를 할 때가 있다. 선생님은 ‘경쟁하지 않습니다’라고 조용히 말한다. 경쟁하지 않고 내 몸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며 70분의 요가 수련을 하고 온다.

10시 30분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다. 샤워는 꼭 11시 이전까지 마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12시까지 점심을 준비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은 주로 파스타를 먹는다. 나는 스스로를 성북구 명예 이탈리안이라 생각한다. 그날의 파스타를 먹고, 설거지거리를 물에 담근 다음 바로 일어나 산책을 나선다. 날이 선선하면 1시간 걷고, 아니면 보통 30분 정도 걷다가 들어온다.

* 이 시간 동안에는 휴대폰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으려 애쓴다. 거래처에 오전엔 운동하느라고 연락이 어렵다고 미리 말해두면 충분히 가능하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새벽에 기상하면 위와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저렇게 하면 엄청 힘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노력하는 만큼 삶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일찍 자는 게 더 힘들다. 그걸 해내면, 누구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한 오전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2. 업무 시간(14:00~18:00): 4시간만 일하기


업무 시간에 내가 하는 일들은 매번 바뀌기 때문에 그걸 나열하지는 않겠다. 대신 내가 어떻게 4시간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바꾼 책 중 하나로 롭 무어의 『레버리지』를 꼽는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간단하다. 싫어하는 일, 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관하고 좋아하는 일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라는 것. 나는 겁과 의심도 많아서 남들에게 내 일을 잘 못 맡겼다. 근데 일을 맡기는 데도 기술과 경험치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간 나는 겁과 의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저 레버리지를 할 능력이 부족해서 모든 일을 떠안고 살아온 것이다. “당신을 인정사정없이 부렸던 사람들을 생각하세요.” 그 문장을 읽으니 부들부들 치가 떨리며 오기가 생겼다. 그래, 그 사람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하겠어. 동시에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전가하거나 다른 사람을 인정사정없이 부린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두개를 교환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도울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첫번째가 택시였고, 두번째가 집 청소 서비스였다. 나는 일정한 곳에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장소에서 일을 한다. 그럴 때마다 경로를 찾고, 환승을 하면서 이동하면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때 택시를 이용하면 아주 많은 체력을 아낄 수 있다. 택시 기사님은 운전을 좋아한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대신 그 시간에 돈을 벌고 택시비를 지불하면 서로 행복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둘에게 전혀 손해가 되지 않는다. 청소 서비스는 집에서 일을 오래 하다보니 귀찮은 청소거리가 많이 쌓여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작하게 됐다. 애초에 크게 어지르는 편이 아니라서 2주에 한번, 2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가격도 3만원 중반대로 합리적이다. 이 두가지를 하면서 레버리지 연습에 자신감이 붙었다. 3년 동안 직접 붙잡고 있었던 영상 편집을 다른 사람에게 이관했다. 책 또한 출판사와 함께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업무 커뮤니케이션보다 대신해주는 MCN 파트너십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최근엔 디자이너까지 고용했다. 그렇게 내가 하기 힘들거나 싫어하는 일들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맡기고 덜어내니, 하루 4시간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꼭 강조하고 싶은 건, 4시간만 일하는 방법이 집중을 열심히 한다든가 계획을 잘 세우는 식의 걸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같이 일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노트에 본인이 하는 일을 전부 쭉 적어보길 바란다.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구분하면 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쓸수록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


3. 저녁(18:00~24:00): 제대로 휴식하기

일단 저녁을 쉬는 시간으로 빼둔 이유는 단순하다. 쉬지 않으면 일을 저녁까지 끌고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면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살면서 겪는 손해 중에서 건강만큼 치명적인 게 또 있을까. 그래서 일을 선택할 때의 가장 중요한 기준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볼 때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저녁에는 아침만큼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만들거나 기획하는 일은 지양하려고 한다. 그림을 주로 저녁에 그리는 이유는 그게 내게 머리 쓰는 일보다는 놀이에 가까워서 그렇다. 여러분도 본인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현명한 사람인지 알아두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최대 효율을 낼 수 있게 하루 루틴을 계획하면 생산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어쨌든 저녁의 나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쉬는 것을 택했다. 쉬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스스로가 만든 규칙과 규율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나는 빛에 예민하기 때문에 조도 관리를 열심히 한다. 간접 등으로 편안한 무드를 만들고 에어컨과 가습기, 제습기 등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꼭 샤워를 한다. 특히 사람을 만나고 온 날에는 더욱이 꼼꼼하게 샤워를 한다. 사람과 만난 흔적을 그걸 씻어내는 나만의 의식이다. 그래야 다시 깨끗하게 내일의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쉽지는 않지만 전자기기를 멀리하려고 한다. 세상과 너무 많이 연결이 되어있으면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또 거기에 맞춰서 살려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힘이 든다. 수영이든 글쓰기든 그림이든 삶에서 항상 힘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일이지. 저녁에는 내게 온전히 집중하면서 하루 동안 쓴 힘을 다시 회복하는 시간을 보낸다.

* 친구를 만날 경우에는 밤 11시 이전에는 돌아오도록 한다. 그래야 내일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 하루만 산다고 다짐했을 때, 열심히 살려고 하루를 너무 오래 붙잡아두는 것은 좋지 않다. 오늘을 잘 보내주는 연습을 해야 다시 건강한 내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저녁은 오늘의 나를 쉬게 하고, 잘 보내주는 시간이다. 욕심을 갖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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