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도 안했고 아기를 낳아본 적도 없다. 심지어 연애도 안하고 있는 슬픈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내게 모성애를 알려준다.

 

나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냥 가만히 있는 고양이인데 안쓰럽고 불쌍하다. '혼자 오래 있어서 외로운걸까. 고양이는 왜 이렇게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까.'

 

동물병원에 갔던 날, 수의사쌤한테 "내가 집을 오래 비워서 그런지 고양이는 제 발을 그렇게 쫓아다녀요. 밖에 나가려고 하면 못나가게 발을 물고 야옹거리고 난리에요."라고 말했다. 

 

수의사 쌤은 "가만히 있어도 무릎 위에 올라오나요? 그놈 참. 강아지로 태어나야할 녀석이었는데. 집 오래 비워서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성격이 애교가 많은 애인거에요"라고 대답해줬다. 

 

 

내 고양이는 정말로 강아지 DNA가 있다. 나랑 발을 맞춰서 집안을 돌아다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하면 내 배위에 올라와서 같이 잠에 든다. 고양이야. 너 이제 3kg 넘는건 아니..?

 

나는 아침에 일찍 회사에 가서 밤에 늦게 집에 온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워라밸은 밥말아먹고 없다. 집 현관에서 번호판을 띡띡띡 누르면 고양이가 뛰어 나와서 현관문 앞에서 대기한다. 띠띠띠. 누르는 소리에. 우다다다다. 하는 소리가 집안에서 들린다. 

 

 

내 등장에 고양이는 앞 발을 쭉 편채 기지개를 한번 편다. 내 다리에 머리를 박치기하면서 반가움을 표현한다. 나 좀 보시게. 하면서 뒤로 발라당 누워 자신의 귀여움을 한층 뽐낸다. 

 

난 이 요물 덩어리를 번쩍 들어안고 쓰다듬는다. 그럴 때 고양이가 얼마나 불쌍하지 모른다. 왜지. 왜 불쌍하지. 안쓰럽지.

 

 

고양이가 나보다 빨리 죽으면 슬퍼서 어쩌지. 이런 생각이 너무 자주 든다. 고양이가 너무 불쌍하다. 고양이의 수명이 나랑 비슷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고양이가 불쌍할까. 나를 남겨 두고 먼저 가버릴 고양이를 그리워할 내가 불쌍한걸까. 그냥 고양이와 나 둘다 불쌍하다. 

 

사랑이 이런걸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 사랑은 뭘까. 모성애일까. 내 귀여운 아가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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