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태어난 지 2개월밖에 안된 내 고양이는 가끔 사고를 친다. 정말 너무 어려서 고양이가 사고를 치는 것은 다 용납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은 고양이가 바보같이 사고를 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나는 긴 미역처럼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회사 다니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지 내 몸은 축 늘어진 미역이 된 것 같았다. 내 미역 같은 머리 카락이 침대위에 흔들리자 고양이는 그 움직임을 감지했다.

 

뭔가 사락 사락 흔들리니 고양이의 본능이 살아났다. 고양이는 흔들리는 내 머리카락을 꼭 발로 쳐야 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본능은 얼마나 힘이 센지 멈출 수 없다. 고양이는 내 머리카락을 치고 또 친다.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쳐야 하는데. 고양이가 머리카락을 치니까 움직이고 움직이니까 또 고양이가 친다. 고양이가 그렇게 장난감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매우 좋지만 그 장난감이 내가 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고양이야 이제 그만해"라고 말을 했지만 고양이는 한국말을 못한다. 내 말을 무시하고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 뿐이다.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것은 널브러져 있을 때 뿐이 아니다. 내가 자면서 이리저리 뒤척이면 고양이가 내 머리카락을 표적으로 삼는다. 고양이는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가 혼자서 엄청 신이 나서 발톱을 세워버렸다. 

 

세운 발톱으로 날카롭게 내 이마와 눈가를 쓱- 할퀴었다. 

 

"으아아악!" 너무 아프다. 뭔가 피가 나는 느낌도 든다. 

 

재빠르게 거울로 눈알을 살펴본다. 다행히 눈가의 피부가 조금 찢어졌으나 눈알은 멀쩡하다. 정말 놀랐다. 

 

0.1cm정도가 찢어졌다. 그러나 매우 아팠고 너무 놀랐기 때문에 이 놈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됐다. 앞으로 한 번 더 나를 할퀴게 둘 수는 없다.  

 

"절대 나를 할퀴면 안돼!! 알았어???"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두번째 손가락으로 고양이 얼굴 앞에서 삿대질을 했다. 위협을 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겁을 줬는데 알아듣기는 한걸까. 

 

"할퀴지마!"라고 말을 하지만 고양이는 '한국어 못 알아들어'라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다.

 

그 다음부터 고양이가 할퀸적은 없지만 깨물거나 하면 무서운 목소리를 내고 삿대질을 했다. 

 

무서운 포즈와 무서운 목소리를 내면 말은 못알아들어도 상황 파악은 되는 걸까. 

 

고양이는 말을 잘 알아들은 듯 하다. 여러번 고양이에게 경고를 했다. 나를 깨물때마다 무섭게 했다. 그 뒤부터 고양이는 나를 핥는 것을 좋아하지만 잘 깨물지는 않는다. 

감동을 받은 순간도 있다. 고양이가 내 무릎에 올라오려고 두 발을 쫙 펴고 발톱을 내보였다. 발톱을 세워 내 허벅지에 올라오려니 날카로운 발톱은 내 허벅지를 할퀸다. 

 

나는 고양이한테 "아아아!!! 아프다고!!"라고 말했더니 고양이가 갑자기 발톱을 쑥 집어넣는다. 

 

"내 말을 알아들었니? 착한 고양이야? 바보라고 한거 취소한다."고 나는 금세 칭찬했다.

 

고양이는 내 무릎에 올라오려고 할때는 발톱을 넣는다. 정말이다. 정말로 고양이는 내게 올때마다 날카로운 발톱을 안으로 집어넣고 온다. 정말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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