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랑 3년이상 함께 지내면서 알게된 고양이의 사소한 버릇을 소개한다. 고양이랑 오랜 시간을 지내봐야만 알 수 있는 버릇들이다. 

 

내 고양이는 건식사료를 좋아한다. 고양이를 위한 습식사료나 수프같은 것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하지만 참치캔 사료에 있는 국물은 엄청 잘 먹는다. 참치캔 사료를 뜯어서 그릇에 쏟아놓으면 일단 국물부터 다 먹는다. 그리고 나서 참치 건더기를 먹기 시작한다. 참치캔의 국물과 습식사료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템테이션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자고 있는데 고양이가 머리맡에 와서 자꾸 나를 깨운 적이 있다. 고양이가 손을 물고 머리를 비비고 난리를 쳐서 깨서 보니 고양이 입에 템테이션이 들려 있었다. 어떻게 이 봉지가 템테이션인지 알았는지, 이걸 침대까지 물고 와서 열어달라고 하다니. 그렇게까지 먹고 싶으면 자다가 일어나서라도 주는게 인지상정! 자다가 일어나서 템테이션을 주고는 다시 잤다. 

 

 

단호박죽을 엄청 좋아한다. 내가 단호박죽을 먹고 있을 때 뚜껑에 있는 단호박죽을 핥아먹더니 그때부터 단호박죽을 엄청 좋아하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야채종류중에서는 단호박죽을 엄청 잘 먹고 고구마나 감자는 안먹는다. 그리고 내가 단호박죽을 먹을 때마다 자기도 그릇에 얼굴을 박고는 뺏어 먹는다. 

 

크림치즈 종류를 좋아한다. 크림치즈, 클로티드 치즈, 슈크림도 잘 먹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잘 먹는다. 아마 우유+생크림이 들어간 조합은 거의 다 좋아하는 것 같다. 고양이를 위한 우유도 액체중에서는 잘 먹는다. 

 

하루종일 같이 있다가도 내가 나가려고 하면 못가게 막는다. 내가 밖에 나가는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발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으려고 하면 발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나가지 말라고 울기까지 한다. 야옹 야옹 야아옹. 구슬프게 잉잉 댄다. 

 

"하루종일 같이 있다가 나가려니까 왜 못나가게 하는거니. 하루종일 같이 있었던 거는 기억이 안나니. 도대체 왜 그러는거니." 나는 뭐라뭐라 하고 나간다. 그러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 "불쌍한 척 해봤자 소용없단다. 이따보자. 안녕." 나는 쿨하게 나간다. 

 

내가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으면 고양이는 꾹꾹이를 시작한다. 이 행동은 고양이에게는 신성한 의식과도 같다. 이불 끝을 입으로 물고서 한발 한발 차례로 이불을 꾹꾹 누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발이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면 안된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이불의 감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피부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발끝까지 이불을 덮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는 의식을 방해받았다고 생각해서인지 가르르릉 대면서 내 발을 사정없이 깨문다. 3분정도면 의식이 끝나기 때문에 조용히 있는 것이 좋다. 

 

고양이가 무릎에 올라오면 쓰다듬어주면 된다. 이마쪽을 쓰다듬거나 목 밑을 쓰다듬으면 좋아한다. 한참 쓰다듬고 나면 고양이는 유유히 무릎에서 내려간다. 그리고는 사료를 먹으러 간다. 사료를 양껏 먹고 다시 무릎으로 올라온다. 그러면 쓰다듬어주고 또 사료를 먹으러 간다. 어느정도 반복하면 그만둔다. 

 

비오고 천둥 번개치는 날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그런 날은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다. 온 집안을 다 뒤져도 완전 꽁꽁 숨었기 때문에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집 문을 열어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 어딘가에 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사방을 다 뒤졌고 밖에 나가서 동네도 한바퀴 돈 적이 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2시간 정도 있으면 나온다. 그저 비오는 날을 무서워할 뿐이기 때문에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된다. 

 

 

 

 

 

 

고양이랑 같이 지낸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고양이가 싫었던 적은 두번 있었다. 처음은 자고 있는데 고양이가 내 머리칼을 갖고 장난을 치다가 할퀴어서 눈쪽에 상처가 났을 때다. 두 번째는 오줌을 아무데나 싸기 시작했는데 며칠동안이나 개선되지 않았을 때였다. 고양이가 노트북을 망가뜨려서 몇십만원을 수리비용으로 지불했을 때는 크게 화나지 않았다.

 

고양이가 싫었던 적은 그 때 두 번이었고 그래도 금방 화가 풀려서 고양이를 다시 좋아하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양이가 더 좋아지고 있다. 이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내 고양이는 엄청나게 애교가 많고 스킨십을 좋아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를 계속 쫓아다니다가 내가 의자에 앉으면 내 무릎에 뛰어올라와 나에게 머리를 부빈다.

 

나는 그 10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좋다. 고양이는 꽤 외로운 모양인지 날마다 만져달라고 한다. 무릎에 올라와 내 어깨에 발을 대고 머리를 내게 부비는 그 시간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조용하다. 이 시간을 함께 할 때마다 내가 고양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잠에 들기 전에도 고양이와 함께 잔다. 내가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으면 고양이는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지 내 머리맡에 다가와 웅크리고 같이 잠에 든다. 고양이가 깊은 잠에 빠질 때면 쌕쌕대는 숨소리가 커지고 어떤 잠꼬대같은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꼭 내게 보내는 신뢰와 사랑처럼 느껴진다.

 

내 생각에는 고양이가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고 좋기 때문에 내 곁에서 잠에 푹 든 것만 같아 잠꼬대까지 하는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커져간다.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가 고양이를 꽉 끌어안았던 적이 있다. 내 고양이는 나의 포옹을 언제나 반겨준다. 가만히 있는 고양이가 기특하게 느껴져 나는 혼잣말로 “우리 계속 이렇게 같이 살자. 너랑 나랑 둘이서. 우리 계속 이렇게 살자”라고 말했다.

 

고양이는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머리를 내게 부비고 배를 뒤집어 보여준다. 난 그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혼자서 크게 웃었다. “너도 좋아? 그래 알았어”라고 혼자 대답을 했다.

 

고양이를 때리거나 죽인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내가 고양이를 키워서 그런지 그런 뉴스를 보게 되면 화가 난다. 고양이는 그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되는 약한 동물이다.

 

고양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가볍고 조그맣다. 안고 있을때는 작은 아기같고 누워서 자는 모습을 보면 천사같다. 고양이는 인간들이 구분 짓는 선과 악, 그 경계를 벗어나 있는 동물이다. 가치중립적으로 그냥 가만히 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사는 연약한 동물일 뿐인데, 고양이보다 힘이 세다고 고양이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느낄 수 있다. 고양이는 정말 작고 연약한 동물이라는 것을.

 

나는 고양이가 내게 오면 머리와 목, 등을 쓰다듬어 준다. 한 손안에 들어오는 머리와 목은 너무 연약해서 내가 손에 힘을 조금만 줘도 고양이는 쉽게 다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얌전히 쓰다듬어 준다. 고양이는 약한 동물이니, 약한 동물처럼 대해준다.

고양이가 가끔 발톱으로 할퀴거나 나를 물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뭐 크게 다치는 거 아니니까 나는 그러려니한다. 대신 고양이의 발톱을 자주 잘라주고 고양이가 물 때는 이제 그만 만지라는 신호로 알고 손길을 거둘 뿐이다.

 

약한 자에게 약하게 대하고, 강한 자에게는 강하게 대하는 것은 인간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도 해당되는 것 아닐까. 나보다 모든 점에서 연약한 동물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일은, 어떤 도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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