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삶을 보면서, 왜 애완동물이란 말이 반려동물로 바뀐건지 얼핏 알것 같았다.

 

고양이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와도 뭘 하고 와도 고양이는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있다. 고양이는 누워있거나 잔다. 가끔 밥과 물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놀아주는 몇십분 동안을 뛰어다닌다.

 

고양이를 보면서 가끔 말을 건다. "넌 오늘 뭐할거니?" 고양이는 눈을 꿈벅이고 나는 다시 묻는다. "오늘은 뭐할거니? 할거 없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똑같이?" 라고 말을 걸면 고양이는 그렇다는 듯이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어쩐지 고양이가 집안에 가만히 놓여져있는 의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만히 앉아있고 조용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 고양이는 특히 다른 고양이들보다 훨씬 조용하고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야옹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건 고양이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을 때다.

고양이는 정적이다.

뭐하고 있나 보면 항상 비슷하다. 창틀에 앉아서 밖을 본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동그랗게 잠을 잔다.

침대 위에 이불에 비스듬히 기대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잔다.

장롱 천장에 뛰어올라가서 아주 깊숙한 곳에서 잠을 잔다.

 

항상 어딘가에서 정적인 자세로 있기 때문에 집 안에 놓인 가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용한 고양이도 밤에는 집안을 뛰어다닌다.

방에 있는 창틀에 올라갔다가 거실을 한바퀴 돌고 작은 방 창틀에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새벽에 우다다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집 안을 몇바퀴 도는 것이 하루종일 고양이가 내는 소음의 전부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내게 와서 꾹꾹이를 한다. 내가 덮고 있는 이불 위에 올라와 입으로 이불을 물고 한발 한발 꾹꾹이를 한다. 왼발, 오른발 차례로 이불을 꾹꾹 누르면서 아기가 된 것처럼 군다. 고양이도 아기 고양이였을때 엄마가 생각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엔 너무 조용하고 정적인 고양이이지만 고양이에게도 삶이 있다. 고양이도 엄마 고양이로부터 태어났다. 인간처럼 사고하는 능력이나 자아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생명체니까 고양이도 고양이의 삶이 있는 셈이다.

 

고양이도 엄마 고양이로부터 탄생했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어떤 의미가 없어보이는 행동들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을 인간 중심에서 바라보는 단어인 '애완동물'이 하나의 생명을 존중하자는 의미를 담은 단어인'반려동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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