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기 고양이가 밤에 잠이 들때면 내 머리맡으로 온다. 원래는 내 발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머리맡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베게를 베고 눕는다. 내 고양이는 내 베게 옆에 자리를 잡은 뒤 몸을 웅크리고자려고 한다.

 

내 아기 고양이는 내 손에 비스듬히 누워 온기를 전해준다. 고양이에게 필요한건 내 손 면적 정도의 온기면 충분하다. 고양이는 그보다 더 많은 온기도 필요하지 않고 딱 그정도면 된다.

 

요새 고양이에게 신경을 못썼다. 원래는 퇴근한 뒤 의자에 앉는다. 그러면 고양이는 내 무릎 위로 뛰어올라 반갑다면서 머리를 부빈다. 그러면 나는 "고양이 안뇽. 잘 있었어 이쁜아."라고 중얼대면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뽀뽀를 해준다. 그 시간은 불과 20분도 되지 않는데 최근에 나는 짜증이 난다면서 그 20분을 고양이에게 주지 못했다.

 

고양이는 하루종일 혼자 있어서 외로웠는지 퇴근한 내 발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쓰다듬어달라고 머리를 부볐는데 최근에는 내 연애사가 너무 망해버려 고양이가 눈에 안들어왔다. 불쌍한 나의 아기 고양이.

 

고양이가 그토록 많이 외로워서였던지, 잠자리를 바꿔버린 걸까. 내가 쓰다듬어주지 않으니, 발밑에서 내 머리맡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은 뒤 여기에서라도 나와 함께 하고 싶었던걸까. 나의 숨을 가까이에서 듣고 내 팔에 몸을 기대면서 이렇게해서라도 하나뿐인 가족에게 몸을 누이는 걸까.

 

 

어젯 밤에는 내 머리맡에 자리를 튼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너는 엄마 아빠가 없지. 네 부모는 어디있니. 나도 널 데려올때 네 부모를 보지 못했는데."라고 말하다가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가 갑자기 천상 고아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고양이에게는 나밖에 없는데. 불쌍한 내 아기 고양이에게 너무 신경을 못써줘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 들었다. 나는 내 아기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가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내 털뭉치 애기 고양이.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왔다. 난 토요일 오후까지도 일을 했기 때문에 아주 아주 피곤했다.

잠도 제대로 못자는 불쌍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토요일 오후부터 집에 고양이와 같이 있었다. 고양이는 원래 할일이 없는 아이라 계속 나만 쳐다봤다. 그러다가 내 무릎에 올라와 머리를 부볐다. 나는 어린아이를 안듯이 고양이를 꼭 안고는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가릉가릉 소리를 냈다.

 

팔에 기대고 있다.

난 고양이를 둥가둥가 안아준다. 고양이는 내게 10분을 머물고 떠났다. 난 밀렸던 드라마를 보고 유튜브를 본다. 고양이는 날 지켜보다 또 내 무릎에 올라와 쓰다듬어달라고 했다.

 

고양이가 이리 자주 내게 오는걸 보니 많이 외로웠나보다. 나도 너무 힘든 일주일을 보냈는데 내가 계속 집에 없어서 이녀석도 그만큼 외로웠던거지.

 

나는 주말에 하루종일 의자에 앉았다가 침대에 누웠다가 반복했는데. 고양이도 날 쫓아다녔다..

 

 

난 계속 잠에 들었다. 고양이도 내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는 같이 잠에 들었다. 내 팔에 자신의 몸을 딱 붙이고는 잠에 들어서 쌕쌕 소리를 냈다. 나도 고양이를 계속 만지다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깨면 고양이도 같이 깼다. 잠에 깨서는 고양이를 손으로 더듬더듬 찾았고 여전히 고양이는 옆에 있었다. 난 고양이랑 그렇게 자다깨다 하루를 보냈다.

 

고양이를 물끄러미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60만원 가운데 이 아이를 데려오는 데 지불한 금액이 가장 값지다는 생각말이다. 처음 데려올 때 주변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건 충동적으로 걸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털도 많이 날리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케어하는데 생각보다 품이 더 든다고 했다. 책임이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 말을 듣고는 예의상 3일정도 심사숙고했지만 이미 첨 봤을 때부터 난 이 아이한테 반해있었던 것이다.

 

아주 작은아이일때 난 얘를 안아봤는데 그때도 참 잠을 잘잤다. 낯선 내게 안겨서도 울지도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잘 잤던 것이다. 그 때 안았던 작은 생명체와 온기가 얼마나 좋았던지 난 바로 결정했다. 3일간 숙고하는 사이에 누가 채갈까 걱정하면서..

 

내 고양이는 1년 반을 나와 지내면서 아직까지도 잘 자고 울지도 않는다. 역시 아기일때 천성은 어디가지 않는다.

 

잠을 많이 자는건 나를 닮아가는걸까. 항상 침대에서 우리는 깊은 잠에 빠진다. 나는 자기전에 고양이를 부른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앞둬 신이난 어린 아이를 다정하게 부르는 엄마처럼. 나도 신이난 내 고양이에게 "이제 자자. 이리와. 난 잘거야."라고 말한다.

 

불을 다끄고 침대에 누으면 고양이도 내게 달려와 침대로 뛰어들고 나와 함께 쌕쌕 잠이 든다. 고양이와 지낸 시간은 1년반이 조금 넘지만 어쩐일인지 고양이가 없는 삶이 어땠는지 이제는 까마득하다.

 

왜 이렇게 꽉 안겨있어!

 

고양이의 삶을 보면서, 왜 애완동물이란 말이 반려동물로 바뀐건지 얼핏 알것 같았다.

 

고양이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와도 뭘 하고 와도 고양이는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있다. 고양이는 누워있거나 잔다. 가끔 밥과 물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놀아주는 몇십분 동안을 뛰어다닌다.

 

고양이를 보면서 가끔 말을 건다. "넌 오늘 뭐할거니?" 고양이는 눈을 꿈벅이고 나는 다시 묻는다. "오늘은 뭐할거니? 할거 없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똑같이?" 라고 말을 걸면 고양이는 그렇다는 듯이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어쩐지 고양이가 집안에 가만히 놓여져있는 의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만히 앉아있고 조용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 고양이는 특히 다른 고양이들보다 훨씬 조용하고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야옹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건 고양이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을 때다.

고양이는 정적이다.

뭐하고 있나 보면 항상 비슷하다. 창틀에 앉아서 밖을 본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동그랗게 잠을 잔다.

침대 위에 이불에 비스듬히 기대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잔다.

장롱 천장에 뛰어올라가서 아주 깊숙한 곳에서 잠을 잔다.

 

항상 어딘가에서 정적인 자세로 있기 때문에 집 안에 놓인 가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용한 고양이도 밤에는 집안을 뛰어다닌다.

방에 있는 창틀에 올라갔다가 거실을 한바퀴 돌고 작은 방 창틀에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새벽에 우다다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집 안을 몇바퀴 도는 것이 하루종일 고양이가 내는 소음의 전부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내게 와서 꾹꾹이를 한다. 내가 덮고 있는 이불 위에 올라와 입으로 이불을 물고 한발 한발 꾹꾹이를 한다. 왼발, 오른발 차례로 이불을 꾹꾹 누르면서 아기가 된 것처럼 군다. 고양이도 아기 고양이였을때 엄마가 생각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엔 너무 조용하고 정적인 고양이이지만 고양이에게도 삶이 있다. 고양이도 엄마 고양이로부터 태어났다. 인간처럼 사고하는 능력이나 자아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생명체니까 고양이도 고양이의 삶이 있는 셈이다.

 

고양이도 엄마 고양이로부터 탄생했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어떤 의미가 없어보이는 행동들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을 인간 중심에서 바라보는 단어인 '애완동물'이 하나의 생명을 존중하자는 의미를 담은 단어인'반려동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고양이랑 같이 지낸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고양이가 싫었던 적은 두번 있었다. 처음은 자고 있는데 고양이가 내 머리칼을 갖고 장난을 치다가 할퀴어서 눈쪽에 상처가 났을 때다. 두 번째는 오줌을 아무데나 싸기 시작했는데 며칠동안이나 개선되지 않았을 때였다. 고양이가 노트북을 망가뜨려서 몇십만원을 수리비용으로 지불했을 때는 크게 화나지 않았다.

 

고양이가 싫었던 적은 그 때 두 번이었고 그래도 금방 화가 풀려서 고양이를 다시 좋아하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양이가 더 좋아지고 있다. 이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내 고양이는 엄청나게 애교가 많고 스킨십을 좋아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를 계속 쫓아다니다가 내가 의자에 앉으면 내 무릎에 뛰어올라와 나에게 머리를 부빈다.

 

나는 그 10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좋다. 고양이는 꽤 외로운 모양인지 날마다 만져달라고 한다. 무릎에 올라와 내 어깨에 발을 대고 머리를 내게 부비는 그 시간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조용하다. 이 시간을 함께 할 때마다 내가 고양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잠에 들기 전에도 고양이와 함께 잔다. 내가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으면 고양이는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지 내 머리맡에 다가와 웅크리고 같이 잠에 든다. 고양이가 깊은 잠에 빠질 때면 쌕쌕대는 숨소리가 커지고 어떤 잠꼬대같은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꼭 내게 보내는 신뢰와 사랑처럼 느껴진다.

 

내 생각에는 고양이가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고 좋기 때문에 내 곁에서 잠에 푹 든 것만 같아 잠꼬대까지 하는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커져간다.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가 고양이를 꽉 끌어안았던 적이 있다. 내 고양이는 나의 포옹을 언제나 반겨준다. 가만히 있는 고양이가 기특하게 느껴져 나는 혼잣말로 “우리 계속 이렇게 같이 살자. 너랑 나랑 둘이서. 우리 계속 이렇게 살자”라고 말했다.

 

고양이는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머리를 내게 부비고 배를 뒤집어 보여준다. 난 그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혼자서 크게 웃었다. “너도 좋아? 그래 알았어”라고 혼자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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