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눈은 크다. 콧대는 없는 편이고, 코위에는 하트 모양으로 털이 없는 부분이 있다. 그곳은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아주 진한 빨간색이었다가 아주 연한 분홍색이 된다. 

 

고양이의 눈이 큰 편이라 그런지 고개를 숙이고, 발로 얼굴을 비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청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세수를 저렇게 할까. 발을 오므려서 얼굴을 가볍게 만지는 데, 그 모양 자체가 매우 귀엽다. 

 

그리고 고양이는 가볍고 흩날리는 깃털 종류의 것들을 좋아한다. 휴지조각이나 깃털, 그런 비슷한 종류의 것들을 발견하면 왼발로 쳤다가 오른발로 친다. 그렇게 발로 치고 있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휴지조각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그것을 또 고양이는 오랫동안 쫓아다닌다. 

 

 

고양이에게도 나름의 일과가 있다. 좁디 좁은 원룸의 이끝에서 저끝까지는 몇발자국도 되지 않지만 고양이에게는 어쩐지 엄청난 곳일테다. 신발장에서 책상앞까지 우다다다 뛰어왔다가 침대위로 점프를 했다가 다시 그곳에서 의자 위로 점프를 한다. 다시 신발장으로 달려간다. 신발장 앞에 있는 전신거울에 몸을 한번 쓱 본 후 다시 우다다다 돌아다닌다. 

 

고양이 자신의 하루의 일과 중 꽤 중요하다. 규칙도 있다. 달려나가면서 자신의 영역이 '자신'으로만 가득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일까. 바라보고 있자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는 행동을 몇번이고 며칠씩 반복한다. 

 

 

그 모습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가끔은 아무 의미없는 행동이지만 내 생활의 규칙이 돼 버려서 반복하는 것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각을 확인한 후 "으아아아아아아아아"를 크게 외쳐 세상에 내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린다. 핸드폰 게임을 실행해 나의 농장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고양이를 번쩍 들어올려 "냥냥아! 잘잤어? 너는 왜 내 발을 계속 물어뜯니? 대체 왜 그러는거야?"라고 말을 건다. 이건 날마다 반복된다. 고양이가 그저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그냥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이제 8개월 된 내 아기 고양이는 자꾸 운다. 

 

원래 잘 울지 않는데 밤에 자꾸 애-옹 애-옹 거린다. 아무래도 이제 중성화 수술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건다. "이제 8개월 된 아기 고양이구 남자앤데요. 중성화 수술 가능할까요?"문의를 하니 4시에 맞춰서 오라고 해서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고양이는 태어난지 2개월만에 내 품으로 왔다. 분양소에서 두달을 지내다가 나한테 왔기 때문에 집 외에 고양이가 가본 장소는 없다. "고양이야.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니?"

 

동물병원에는 강아지들이 많아서 엄청나게 짖는다. 내 고양이는 겁에 잔뜩 움츠렸다. 내 품에 파고든다.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숨어있다. 애기다. 정말 이렇게나 가엽다니. 

 

 

고양이가 불쌍하다. 중성화수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욕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욕구를 살려두자니 나랑 함께 지내기는 더 어렵다.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는 대신 나는 너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로 한다. "고양이야. 따뜻한 집과 안전함과 먹을 것을 죽을때까지 제공해줄게. 정말이야. 약속해." 고양이와 약속을 했다. 

 

불쌍한 고양이는 피검사를 마치고 마취제를 맞은 뒤 잠에 든다. 수술은 간단하게 끝났다. 집에 가서 청소를 해놓고 고양이의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뒀다. 아직 마취에 덜 깬 고양이를 데리러 다시 동물병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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