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배변실례는 5일 만에 막을 내렸다. 나는 내 방을 화장실로 사용하는것이 항의의 표시인 것을 깨닫고 급격하게 화해 모드로 들어갔다.

 "미안하다. 아가야. 너를 앞으로 방안에 가두지 않을게."

 

사과를 하고 간식을 주고 쓰다듬고. 계속 계속 그랬다. 고양이가 화가 풀린 모양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날부터 화장실에 제대로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장실 3개를 전부 다 이용한다. 참.. 신기하고 영리하다. 고양이가 바보인줄 알았는데. 고양이는 영리하다.

 

반려동물이 왜 '애완동물'이 아닌 줄 깨달았다. 동물도 생명이라서. 그들도 원하는 것이 있고 불만도 있고 삐지기도 하고. 화도 낸다. 정말 신기하다.

 

내 고양이는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한다. 쓰다듬 당하고 싶으면 내게 오지만 충분하면 저리 간다. 그럼에도 계속 쓰다듬으면 살짝 문다.

 

고양이가 조금 싫어질 뻔 했다가 이해하고 나니 다시 좋아졌다. 나도 고양이의 사랑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고양이만 내 마음에 들어서 집에 온 것이 끝이 아니다.

 

그런 관계로 살아가야 해서 '반려동물'인가보다.

 

 

그리고 내 고양이가 방광염에 안걸린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친구는 이 스토리를 듣더니 내 고양이를 칭찬했다.

 

  "고양이야. 투쟁하길 잘했다. 덕분에 네 복지가 좋아졌구나. 앞으로 불쌍한 집사랑 사이좋게 살아라."

 

 

고양이가 내 방에 오줌을 누는 행위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3일이 넘어갔다.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고양이가 처음으로 조금씩 싫어지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서는 "방광염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상만 보면 아주 초기 증상이라고. 방광염 보조제를 먹이기로 했다. 고양이는 워낙 비뇨기과 질환에 자주 걸린다고 한다.

 

 

내 고양이는 내 방에 있는 창가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높은 데다가 바깥도 볼 수 있고. 내 모습도 보이니까.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 항상 창가에 앉아있는데. 문제는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오줌을 갈긴다. 바닥에 냄새가 벤 모양이다. 이제 내 방이 화장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나는 세척제를 구입하고 방에 뿌리는 향기를 내는 액체도 구입했다. 화장실도 종류별로 사다 놓고. 모래도 종류별로 사다놨다.

 

화장실에 벤토모래를 깔아놓고 그 앞에는 배변매트를 쫙 깔았다. 이 가운데 딱 하나만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었다.

 

 

이 모든걸 하기 위해 나는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이 녀석이 자꾸 돌아다니고 난리를 친다. 냉전중인만큼 나는 고양이를 혼냈다.

 

"가만있어!"

 

물론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점점 화가 나니 고양이를 들고 작은방에 넣었다. 이곳은 들어간적도 없고 오줌 냄새도 없는 데니까 얌전히 있겠지? 싶었다. 청소를 좀 하다가 3분 정도 지났을까. 너무 조용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방문을 보았다.

 

 

세상에. 오줌을 갈기고 있다. "너.. 오줌 싸는데 힘들었던 방광염 걸린 고양이 아니었니?"

 

 "너 방광염 걸린 것 같다고 내가 무려 20만 원이나 들여서 치료를 해준 것 같은데.."

 

오줌을 왜 이렇게 잘싸는거니. 생각을 해보니 이건 항의의 표시인 거다. 항의다.

 

반발이다! "나를 이 방에 가둬놓지 말아라 집사야!" 고양이의 오줌이 그런 의미였다는 걸 알았다.

 

 

생각을 해보니. 그렇다.. 처음 오줌을 내방에 갈긴 날도. 내가 밥먹는데 자꾸 와서 킁킁대니. 오지말라고 방안에 넣어둔 바로 그날인 것이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그날 항의했다.  무려 5일간이나.

 

고양이가 완벽하게 이겼다. 고양이의 5일 농성으로 얻은 것.

 

"여러개의 화장실"

 "좋은 벤토모래"

 "새로운 좋은 사료"

 

큼큼. 시큼. 큼큼. 냄새가 퍼져나간다. 내 방에서. 이것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정말 뭔지를 몰랐다. 내 방에 퍼져나가는 액체를 보면서도. 이것이 고양이의 오줌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옷에 묻은 모양인지 출근길에 냄새가 퍼져나간다. 아. 이게 대체 뭐지. 내가 어제 뭘 먹고 흘린 걸까. 그 다음날에 똑같은 액체가 내방에 있고 설상가상에 배변까지 있다.

 

이것은 고양이가 내방에 테러한 흔적이다. 내가 화장실을 잘 안치워줘서인가. 도대체 안그러던 애가 갑자기 왜 그러니. 화장실을 여태까지 몇번 바꿨는데도 얼마나 적응을 잘했는지 모른다.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방에 테러를 한다. 밥을 보니 밥도 적게 먹은 것 같다. 물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병에 걸린걸까?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방광염은 아니라고 한다. 방광염이 오기 전 아주아주 초기에 데려온 것 같다고 한다. 요도 뚫는 시술을 하는데 마취도 하고 뚫으니 20만 원이 순식간에 나온다. 너무 비싸다.

 

그런데 비싼값도 못하는 것 같다. 계속 오줌을 갈긴다. 제대로 배변생활이 이뤄지지 않는다. 화장실은 전혀 쓰지를 않고 내 방에 냄새가 베인 그곳에만 오줌을 눈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좋은 모래들을 구입해본다. 인터넷 강국에 사는 것이 너무 좋은 순간이다. 모래를 종류별로 사본다. 벤토, 두부 모래. 그리고 배변 매트. 화장실도 크기에 따라 다르니 몇개를 사고. 종이박스도 해놓는다.

 

"제발!! 저중에서 단한가지라도 마음에 들거라."

 

고양이의 궁둥이를 팡팡 때렸다. "제발! 제발! 제발!" 고양이는 난생 처음 겪어본 폭력인지 단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가 나를 피해 숨었다.

 

 나를 피해다닌다. 이럴 수는 없다고. 어떻게 고양이가 나를 피할 수 있지. 하지만 이것은 고양이와의 배변전쟁을 시작하는 서막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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