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와 함께 있는 상상을 끝없이 한다. 그가 내 옆에 있다면 나는 이런 표정을 지으며 이런 얘기를 할텐데. 당신은 나를 항상 귀엽게 봐주니까 마음을 놓고 마음껏 애교를 부리는 상상. 같은 것을 하다보면 실제로 있지도 않은 사랑이 내 주위에 자리잡은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이것은 그래 상상연애다. 내게 필요한 사랑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만든 사랑에 내가 위로를 받고 필요한 사랑의 할당치를 채운다. 그렇게 그는 내 옆에 존재하고 있다.

 

 

그가 나와 나란히 카페에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상상에서. 그의 얼굴을 본다. 그도 나를 본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응시한다. 그냥 아무말도 없이 얼굴만 오래도록 쳐다본다. 긴 침묵.

 

나는 침묵을 깨고 그의 얼굴에 손을 올려놓아 얼굴을 만져본다. 그는 가만히 있을 뿐이다. 아무말도 없이. 나는 그의 얼굴에 난 수염자국을 하나씩 만져보다가 물어보는 것이다. "넌 얼굴에 수염이 많아. 왜지?" 수염자국때문에 나와는 다른 남자다움이 느껴지는데 그건 속으로 삼키고서.

 

그는 "원래 그래. 얼굴에는 수염이 많아. 이것도 아침에 열심히 깎았는데 지금 벌써 이만큼."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보고 더 많이 만져보는데.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나를 쳐다볼 뿐이다. 그는 그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마치 어떤 한마리의 청순한 어떤 사슴같이. 큰 눈망울로 촉촉하게 쳐다보고 내 쓰다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이 새삼 청순하게 느껴진다. 청순한 남자라. 이런 기분은 또 처음이다.

 

그의 얼굴을 계속 만지다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목에 얼굴을 잠시 묻고 있었는데 그는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이 순간이 어쩐지 너무 아름다워 1초가 마치 10초로 늘어난 듯이 이 순간이 어쩐지 오랫동안 지속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청순한 그 남자와 함께. 뭐 이런 생각을 혼자 앉아서 하다보니 내 마음에는 그리움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리움이 가득 들어차 그리움을 적어내려간다. 그리워. 당신.

 

 

그에게 이 마음을 적어 담아 아름답게 수놓은 어떤 글로, 아니면 어떤 음악으로, 아니면 내 목소리로 담고 싶다가도 나는 용기가 부족해 씁 한숨을 한번 쉬고는 애꿎은 고양이를 끌어 안는다.

 

고양이를 품에 안고는 고양이한테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해. 고양이야. 사랑해. 얼굴을 부비고는 고양이를 쳐다본다. 큰 눈망울의 촉촉한 고양이는 내게 머리를 부비면서 내게 킁 킁 다가와 내게 입맞춘다. 고양이가 내게 다가와 뽀뽀해주다니. 기쁘다.

 

 

고양이. 내 사랑 고양이. 나는 알수 없는 그리움과 사랑과 애정을 마음에 품어. 내 마음이 그래도 더 너그럽고 더 사랑스럽고 더 관용적이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내게 곧 닥칠 마감이 임박한 일들과 알 수 없어 괴로운 세상의 소용돌이를 지금의 이 사랑으로 조금씩 이겨내보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혼자 상상해보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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