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고양이를 보면서 "저리가버려. 훠이훠이"라고 말하면서 손짓을 했다.

 

고양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사람이라면 다 좋아서 계속 서성댄다. 고양이의 몸짓은 분명 아무런 악의가 없는 그저 친근감일뿐 인데 아빠는 소스라치게 싫어한다.

 

아빠는 내게 "고양이를 이제정리하지그래. 누구를 준다거나. 밖에 내버리든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럴순 없지. 얘는 죽을때까지 내가 키우는 애야. 이제는. 그런거야. 지가 도망가거나 내가 잃어버리면 몰라도 내가 얘를 버릴리는 없어."라고 말했다.

 

내 품에 안겨있는 고양이.

 

나는 구석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고양이를 쳐다보면서 "불쌍한 아기 고양이. 아빠가 뭐라고 하는지 못알아들어서 참 다행이다. 불쌍한 고양이."라고 혼자 중얼댔다.

 

아빠는 나의 이케아 가구를 열심히 조립해주면서도 고양이가 다가오면 훠이훠이 라면서 곁을 내주지 않았다.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모르는 고양이는 그것이 거절의 의미인지도 모른채 식빵자세를 하고서는 아빠를 쳐다보고만 있다.

 

마음에 불쌍함과 측은함이 피어올랐다. 아빠는 방전된 체력을 지니고서도 딸의 부탁을 거절할 만한 냉정함이 없어서, 그리고 그렇게 싫어하는 고양이 옆에서 열심히 가구를 조립했다. 아빠는 고양이를 싫어하고 고양이 냄새를 싫어하고 고양이 털을 싫어한다.

 

 

그러나 딸에 대한 사랑은 그 모든 싫어함에도 고양이와 한공간에 있기를 기꺼이 자처할 정도로 큰것이어서 "고양이를 내다버리라"고 한마디 말을 한채 그저 입을 꾹 다물고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아빠는 그렇게 내 방에 와서 거의 이주일에 걸쳐서 이케아 가구를 다 조립했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를 저리 치우라"고 했으나 나는 고양이를 그저 꼭 끌어안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주 여러번 듣다보니 놀랍게도 내 사랑도 조금 사그라드는게 느껴졌다. 사실 고양이는 하등 쓸모가 없었다. 털이 심하게 날리고 배변에서는 냄새가 지독하고 .. 맞아. 훠이훠이.

 

싫어해. 너를 싫어해. 라는 말에도 얼마나 큰 힘이 있는건지 고작 몇번 들었음에도 사랑이 사그라드는 내 자신을 관찰하면서 부정적 말을 생각한다. 부정적 말은 그 자체로도 너무 큰 힘이 있어서. 정말로 사랑이 사그라들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가 형편없으며 쓰레기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부정적 말의 위력안에서 오랫동안 살았으리라. 나는 그래서 그러니까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나의 아기고양이에게 짧은 말이라도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기로 다짐해버렸다.  

 

바보 고양이. 라고 말하는 대신 천사 고양이. 똑똑한 고양이.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라고. 말해준다.

 

그릉그릉. 아무것도 모르는 내 고양이는 내 품에 안겨서 머리를 부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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