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남산길을 혼자 걸을 수 없어 야심차게 고양이를 낑낑 안고 올라왔다. 고양이는 이동장 안에서 어디론가 실려가면서 계속 '애옹 애옹' 울었다.

 

애옹거리는 고양이가 불쌍했다. 그런데 이미 진입한 남산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가야만 했다. 되돌아오기엔 너무 남산 중반까지 왔는걸. 

 

고양이를 이동장에서 꺼내놓고 가슴줄을 잡고 있다. 고양이는 킁킁대더니 몸을 숨길 곳을 찾는다. 사람이 지나가면 재빠르게 나무 뒤에 숨어버렸다. 

 

남산길을 수도 없이 걸었지만 이번 만큼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건적도 없다. 어떤 아주머니는 "어머, 이게 고양이에요 강아지에요? 고양이가 산책을 하나요?" 말을 걸었다. 

 

어떤 여성분도 남성분도 신기하듯이 쳐다본다. "고양이도 산책을 할 수가 있나요? 저도 고양이를 키우는데 한번도 밖에 데려나온 적이 없어요." 남산길에서 원래 대화가 이뤄지는 거였구나. 새삼 깨닫는다.

 

 

고양이가 자꾸 땅을 기어다니면서 으슥한곳에 숨으려고 했다. 차라리 계단 난간 위에 놓고 같이 걷는게 낫겠다 싶었다. 난간 위에서는 고양이가 엄청 잘 걸어다닌다. 사뿐사뿐. 좁은 곳도 균형을 잃지 않고선.

 

남산 길은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고양이가 시끄러운 소리에 매우 놀라서 움츠러 들었다. 내 품에 머리를 박은 채 벌벌 떨었다. 영락없이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다. 

 

이동장에 넣어 놓고 근처 정자에서 쉬었다. 이동장 문을 열어 놓았는데도 전혀 나올 기미가 안보인다. 고양이가 안전함을 느끼는 곳은 안락한 동굴 같은 곳이구나. 나도 잠시 쉬었다. 

 

 

이제 비교적 너른 도보가 나와서 함께 발맞추면서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 1분 정도는 발맞춰서 걸을 수 있었지만 어찌나 산속으로 숨어들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발 맞춘 것은 소중한 1분일 뿐이다.

 

사람들의 온 시선을 다 받으면서 "어머어머 저기봐"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1분을 걸었다. 

 

그렇게 1분 정도를 발맞추어 걸었는데 세상에. 다른 고양이가 남산길에도 있다. 

 

정말 길고양이가 앞에 버티고 있다. 이 길고양이는 남산길의 터줏대감처럼 딱 버티고 서서 사람들의 이동에도 피하지 않고 있다. 내 아기고양이는 겁쟁이라서 길고양이를 슬그머니 피해간다. 

 

세상 신기한 풍경이 펼쳐져 있는 셈이다. 빨간 가슴줄을 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와 그 끈을 잡고 있는 어떤 여자. 그 여자 앞에 딱 버티고 있는 길고양이의 만남이다. 주위 사람들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발걸음을 멈춰 쳐다봤다. 

 

아. 이런 시선은 너무 민망하므로 아기고양이를 번쩍 들어서 재빠르게 길고양이를 지나갔다. 고양이 델고 나온 덕분에 남산길에서 시선은 다 받고 참 민망한 시간들의 연속이다. 

 

 

매우매우 힘든 남산길 산책을 하면서 내 아기고양이는 '산책냥이'는 아닌걸로 판명됐다. 그리고 이것으로 우리의 산책은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남산길은 나 혼자서 열심히 걸어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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