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왔다. 난 토요일 오후까지도 일을 했기 때문에 아주 아주 피곤했다.

잠도 제대로 못자는 불쌍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토요일 오후부터 집에 고양이와 같이 있었다. 고양이는 원래 할일이 없는 아이라 계속 나만 쳐다봤다. 그러다가 내 무릎에 올라와 머리를 부볐다. 나는 어린아이를 안듯이 고양이를 꼭 안고는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가릉가릉 소리를 냈다.

 

팔에 기대고 있다.

난 고양이를 둥가둥가 안아준다. 고양이는 내게 10분을 머물고 떠났다. 난 밀렸던 드라마를 보고 유튜브를 본다. 고양이는 날 지켜보다 또 내 무릎에 올라와 쓰다듬어달라고 했다.

 

고양이가 이리 자주 내게 오는걸 보니 많이 외로웠나보다. 나도 너무 힘든 일주일을 보냈는데 내가 계속 집에 없어서 이녀석도 그만큼 외로웠던거지.

 

나는 주말에 하루종일 의자에 앉았다가 침대에 누웠다가 반복했는데. 고양이도 날 쫓아다녔다..

 

 

난 계속 잠에 들었다. 고양이도 내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는 같이 잠에 들었다. 내 팔에 자신의 몸을 딱 붙이고는 잠에 들어서 쌕쌕 소리를 냈다. 나도 고양이를 계속 만지다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깨면 고양이도 같이 깼다. 잠에 깨서는 고양이를 손으로 더듬더듬 찾았고 여전히 고양이는 옆에 있었다. 난 고양이랑 그렇게 자다깨다 하루를 보냈다.

 

고양이를 물끄러미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60만원 가운데 이 아이를 데려오는 데 지불한 금액이 가장 값지다는 생각말이다. 처음 데려올 때 주변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건 충동적으로 걸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털도 많이 날리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케어하는데 생각보다 품이 더 든다고 했다. 책임이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 말을 듣고는 예의상 3일정도 심사숙고했지만 이미 첨 봤을 때부터 난 이 아이한테 반해있었던 것이다.

 

아주 작은아이일때 난 얘를 안아봤는데 그때도 참 잠을 잘잤다. 낯선 내게 안겨서도 울지도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잘 잤던 것이다. 그 때 안았던 작은 생명체와 온기가 얼마나 좋았던지 난 바로 결정했다. 3일간 숙고하는 사이에 누가 채갈까 걱정하면서..

 

내 고양이는 1년 반을 나와 지내면서 아직까지도 잘 자고 울지도 않는다. 역시 아기일때 천성은 어디가지 않는다.

 

잠을 많이 자는건 나를 닮아가는걸까. 항상 침대에서 우리는 깊은 잠에 빠진다. 나는 자기전에 고양이를 부른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앞둬 신이난 어린 아이를 다정하게 부르는 엄마처럼. 나도 신이난 내 고양이에게 "이제 자자. 이리와. 난 잘거야."라고 말한다.

 

불을 다끄고 침대에 누으면 고양이도 내게 달려와 침대로 뛰어들고 나와 함께 쌕쌕 잠이 든다. 고양이와 지낸 시간은 1년반이 조금 넘지만 어쩐일인지 고양이가 없는 삶이 어땠는지 이제는 까마득하다.

 

왜 이렇게 꽉 안겨있어!

 

내 사랑스러운 4살 조카는 내 고양이를 좋아한다. 이모네 야옹이를 보고싶다고 계속 말한다.

 

조카는 2018년 1월생이고 내 고양이도 2018년 1월생이다. 같은 나이다.

조카는 고양이를 만지고 궁금해한다. 수염이 왜 있어? 왜 이렇게 걸어다녀? 꼬리가 왜 있어? 이빨이 어딨어? 입을 벌리라고 해봐. 뛰어올라갔어.

 

조카는 야옹이가 귀엽다고 하고 옆에서 계속 쳐다본다. 나처럼 고양이를 놓고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는게 아니라 친구처럼 얼굴을 본다. 굳이 식빵자세의 고양이의 얼굴 앞에 자기의 얼굴을 갖다대고는 얼굴을 동등하게 놓고는 눈을 맞춘다.

난 고양이가 너한테 머리늘 부비는건 너를 좋아해서 그러는거야. 라고 해줬다. 왜냐면 야옹이는 말을 못하니까. 머리를 대고 좋아한다고 해주는거야.

 

조카는 또 고개를 숙이고 야옹이의 얼굴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맞추고는 묻는다. 야옹아. 나 좋아해?

 

조카한테 야옹이 털색깔이 뭐같애? 노란색 주황색이지?했다. 조카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다리를 보여주더니 음. 나는 주황색이야? 라고 한다.

나의 사랑하는 조카와 나의 사랑하는 야옹이.

내가 무엇인가를 이토록 사랑한다는 마음을 주는 두 존재.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 언제나.

 

예쁘고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아직 천사같은 3살배기 아가들. 어디서 왔니. 너희들은. 선물같은 존재들이다. 어디서 와서 이렇게 이쁜거니.

 

고양이 TMI 2번째! 내 고양이의 사소한 버릇들을 소개한다.

 

내 고양이는 엄청나게 순한 편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머리를 부비며 친절하게 대한다. 낯선사람이 집에 왔다고 숨지 않는다. 강아지처럼 문 앞에 나와서 마중하고 환영해준다.

 

동물병원에 가서도 수의사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정말 순하다, 는 것이다. 수의사가 고양이를 진료하기 위해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거나 등가죽을 잡거나, 어떻게 잡고 있어도 고양이는 가만히 있는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 야옹, 애처롭게 울기도 하지만.. 얌전하다.

 

 

내가 고양이를 계속 만지고 있어도 고양이는 가만히 있는다. 발바닥을 만지고 배를 만져도 가만히. 너무 순한 아기 고양이다. 가끔 신경질이 날때는 내 손을 깨물기도 하지만 아프지 않게 문다.

 

내 고양이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대전에서 서울로 바로 이사왔기 때문에 태어나고 2개월 만에 서울고양이가 됐다. 내 4살조카는 동탄에 살고 있다. 이 4살아기는 내 고양이를 서울고양이라고 부른다. 나를 서울이모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실은 내 고양이는 사실 대전고양이라는 거. 물론 출신만 대전이고 주 거주지는 서울이다. 

 

 

내 고양이는 먼치킨 롱레그다. 먼치킨하면 삼시세끼에 나왔던 다리가 엄청 짧은 올망졸망한 고양이를 떠올리지만 내 고양이는 다리가 길다. 아무래도 잡종인 것 같지만 순종인것도 같고(먼치킨 롱레그라는 품종이 있나?) 잘 모르겠다. 먼치킨 품종이 고양이 중에서는 인간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 고양이도 사람을 잘 따르는 것 같다.

 

내 고양이는 내 무릎에 올라올 때 특유의 순서가 있다. 먼저 책상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내가 다리를 꼬고 앉다가 다리를 풀면 내 다리를 다리삼아 건넌다. 다리를 다리삼아 사뿐사뿐 걸어서 내 쪽으로 오려고 한다. 몸을 쭉 펴고 두 다리를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내 왼쪽 어깨에 배를 착 대고 안긴다. 내 어깨에 매달린 자세로 있다가.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가르릉 댄다.

 

고양이가 왼쪽 어깨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왼쪽 어깨에 턱을 대고 매달려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고양이의 엉덩이를 받치고 안아주면 어깨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편한 자세로 아기처럼 안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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