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물어본 적도 없지만 나는 내가 맘에 들어서 고양이를 데려왔다.

 

고양이를 좋아해서이다. 순전히 내 의지다. 고양이는 나를 안좋아할수도 있는데.

 

그래서 가끔 고양이를 보다보면 혹시 나랑 같이 살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같이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고양이한테 물어보고 싶지만 말을 못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행동을 보고 추측해본다. 고양이는 그래도 나를 썩 좋아하는 눈치인 것 같다.

 

고양이는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나를 마중나온다. 내가 힘없이 소파에 앉으면 내 무릎에 뛰어올라 오고 머리를 부빈다. 소파에 가지 않고 화장실로 가면 화장실까지 쫓아 들어와 화장실 바닥에 배를 눕히고 내 발에 머리를 부빈다.

 

화장실에서 이러지마. 싶지만 고양이는 반가움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내가 자려고 누워있으면 너무나 당연하게 내 배 위에 올라와서 식빵자세로 앉아 그릉댄다. 가끔 너무 당연하게 올라와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불만있는 표정.ㅋㅋ

 

고양이는 아마도 나랑 사는 것이 좋은 모양이긴 할테지만 그래도 불만사항은 있을 것 같다. 나는 회사를 자발적으로 매일 아침 가는데, 회사에 너무 오래있어서 외로울 것도 같고 나는 더러운 성격이라 집을 안치우니까 마음에 안들 것도 같고 . 뭐 불만이야 많겠지.

 

나는 회사에 내 의지로 매일 가지만 회사에 있는 것이 싫다. 고양이와는 다르게 내가 자발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것이고 회사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인데도 싫다.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지 회사에 오래 있기가 너무 싫다. 그리고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옮기고 싶다.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곳에 소속돼 있으면서 회사의 성공에 일조(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한다고 생각하며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야한다. 그래야 내가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라면? 나는 구직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나는 회사를 버릴 것이다.

 

그러나 가족은 그렇지 않다. 가족이 망하면 그를 버리고 다른 가족을 찾아갈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냥 어쩔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 한배를 탄 몸이며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관계로 태어날 때부터 설정됐기 때문에 망하면 같이 망하고 잘되면 같이 잘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가족은 너무 끈끈하게 묶여있다. 일을 하고 있는 가장인 아빠가 망해버렸다고 해서 엄마가 그를 쉽게 버리지 못했듯이. 그리고 여전히 고통의 짐을 어깨 한쪽씩 나눠지고 있듯이. 그냥 그렇게 같이 어려운 형편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고양이는 나랑 태어날때부터 묶인 가족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나의 가족인 셈이니까 마음에 안드는 것이 많아도 그냥 나랑 같이 살 것이다.

 

나도 가끔 고양이가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 같이 살것이다. 같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절대 버리지는 않고 방법을 고안하면서 살테지. 서로를 절대 버리지 않는 가족처럼.

 

그냥 갑자기 회사에 오래 있기가 싫어서 생각을 해봤다. 고양이가 집을 내가 회사를 생각하듯이 생각할까봐 갑자기 겁이나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