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눈 앞에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종종 있다. 내 고양이는 주로 머무르고 있는 곳이 정해져있다. 캣타워 꼭대기, 그리고 의자, 침대 머리맡, 창가의 서랍장 위다.      

 

가끔 숨어있기도 하는데 장롱 안에 숨거나, 장롱 위를 뛰어올라가 천장에 숨는다. 정말 점프실력이 대단하다. 어떻게 천장까지 뛰어 올라가는 건지 모르겠다. 자신의 몸에 10배가 넘는 높이인데.      

 

나는 가끔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서랍장 위에서 고양이를 슬쩍 본 것만 같다. 그래서 고양이야, 이리와봐, 라고 말을 거는데 다시 살펴보면 서랍장 위에 고양이가 없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다가도 고양이가 캣타워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착각할 때도 있다. 주로 캣타워 위에 고양이가 있기 때문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고양이가 있을 줄 알았다가 캣타워를 다시 보면 고양이는 없다.      

 

화장실에서도 변기에 앉아있으면 고양이가 문밖에서 나를 쳐다보고만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정말 있을 때도 자주 있지만 없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고양이를 본 것 같다. 이상한 일이다.      

 

 

아는 사람은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는데, 방에서 누워있었다가 강아지가 내는 발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강아지가 늘 내던 발소리를 분명히 들었는데 착각인지는 몰라도 강아지가 내게로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런데 무서운 게 아니라 강아지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가만히 발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에게 강아지의 발소리가 들렸던 건 그렇게 믿고 싶어서였을까. 강아지가 아직 내 곁에 있다고.      

 

나도 고양이가 늘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믿고 싶은 걸까. 가끔은 정말로 이상하다. 고양이가 빠르게 돌아다녀서 그런건지.

 

하루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고양이가 안보였다. 고양이가 주로 머무는 장소를 집안에서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찾았다. 아무데서도 보이지가 않아서 정말 이상했다. 집 문을 열거나 창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디있는 걸까.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흔들고 간식을 꺼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순식간에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크게 다가왔다.

 

밖에 나가서 근처에 있던 아저씨한테 “혹시 고양이 못보셨냐”고 묻기도 하고 집 밖에 나가서 고양이 간식을 놔뒀다. 혹시 나갔으면 돌아오라고.       

 

 

집에 들어오니 고양이가 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공포심이 들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그래서 집안을 샅샅이 다 찾았지만 안보였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 고양이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가 있을까, 어디에 신고를 해야하나 등등의 생각을 다 했는데 고양이가 집에 있었다. 집에 숨겨진 비밀장소라도 있는 걸까.       

 

고양이는 정말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순식간에 없어진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고양이는 어느새 햇빛과 그림차처럼 늘 있는 생명체가 됐다. 그저 늘 있는 햇빛처럼, 늘 있는 그림차처럼, 그렇게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늘 있는 한폭의 풍경처럼.

     

항상 의식하지는 않지만 항상 눈에 띄는, 그런 햇빛과 그림자처럼 고양이는 내 공간에서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