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아침 출근길마다 내 발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회사에 안가면 안돼?’라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배웅한다. 고양이는 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현관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나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고양이의 출근길 배웅을 맞이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고양이야, 집 잘 지키고 있어, 라고 말을 건넨 뒤 발을 떼고 문을 닫은 날이 1년이 넘어가면서 나는 항상 고양이에게 큰 안쓰러움을 느낀다.

 

 

고양이는 외롭다. 나는 혼자 살고, 고양이는 혼자 남겨진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고양이는 마치 강아지처럼 나를 현관에서 맞이하고 있다가 내 무릎에 뛰어올라 머리를 부빈다. 그릉대면서 쓰다듬어달라고 왼손에 머리를 부비다가 오른손에 머리를 부비다가 다시 왼손, 다시 오른손. 계속 머리를 부빈다.

 

이 시간은 내게는 너무 긴 것 같이 느껴지는 데다가 고양이가 정말로 내 아기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내게 몸을 누이고 배를 발랑 까서 보여주면서 그릉대는 고양이는 내 품에서만 평안을 찾는 것 같고 나는 고양이에게 무언가 굉장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아 나도 또한 이 시간에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한번 재보았다. 하루 10시간 정도 혼자 있는 고양이가 쓰다듬을 원하는 시간은, 사실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고양이는 10분 남짓 내게 안겨 있다가 다시 거리를 둔다. 더 만지려고 하면 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물기도 하면서 내게서 멀어진다.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었다. 아무리 강아지 같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너무 외로워하는 것 같다. 고양이는 낮에는 계속 잠만 자고 내가 돌아오면 그제야 쌩쌩해져서 쓰다듬을 당하고 난 뒤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낮 시간에 동생 고양이와 함께 놀 수 있다면 밤에는 잠을 쿨쿨 자지 않을까.

 

 고양이도 같은 고양이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밤에 시끄럽게 뛰어 다니지도 않을 것이고) 밤에 쌔근쌔근 잠에 들수도 있고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내 고양이에게 동생 고양이를 주기로 했다. 고양이가 동생 고양이가 생기는 것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온전히 네가 외로울까봐 생각한 것인데, 혹시나 동생 고양이를 들이기로 한 것이 나만의 독단적 판단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대로 고양이가 동생 고양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매일 매일 동생이랑 노느라 이제 내가 회사에 가는 출근길에 현관문에서 마중도 안나오고 퇴근길에도 반갑게 강아지처럼 뛰어오지도 않으면, 이제 그 불쌍하고 큰 눈망울을 보지 않아서 안심도 되겠지만, 섭섭한 마음도 들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동생은 필요한 것 같고,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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