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문학동네에 연재하고 있는 

이반지하의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복싱하는 내용 발췌했다. 

나도 갑자기 복싱을 하고 싶어졌다. 

 

복싱을 시작하자, 길지 않은 한세월을 살아오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을 쥐어패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그냥 다 대놓고 쥐어팰 수만 있었다면 모든 것은 차라리 깨끗하고 선명했을는지 모른다.

그간의 삶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욕망 하나가 위험한 고개를 들려 하고 있었다.

 

관장과 코치가 미트를 끼고 주먹을 받아줄 때마다 그 욕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더, 더, 더, 때리고 싶다, 또, 또, 또 때리고 싶다.

그저 세상의 대부분을 다 쥐어패버리고 싶다.

관장은 나에게 처음 오셨는데도 참 잘한다며 길에서 많이 싸워보고 오셨나봐요, 농을 쳤다.

마스크 밖으로 드러난 두 눈을 동시에 적당히 반달 모양으로 감아주며 아무렴, 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쥐어패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아무도 쥐어패주지 못했을 뿐이다.

 

때리는 맛에 취하기 시작하면서 왕년의 복싱 챔피언이나 현역 복서들의 유튜브 채널을 하나둘 구독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오래 맛깔나게 팰 수 있을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빠르고 세게 때리는 방법들을 눈으로 익히던 어느 날, 한 채널이 눈에 띄었다. 왕년의 복싱 챔피언이었다는 남자는, 복싱에서 완투 기본 편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수의 실전을 거친 자 특유의 거친 말솜씨로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었다. 그가 나오는 영상들을 몇 시간 동안 털어 보고 체육관을 옮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을 무렵, 먼지라기엔 다소 큰 먹구름에 가까운 그의 혼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주먹을 날릴 때 팔만 뻗지 말고 허리와 엉덩이를 동시에 비틀어 온몸의 힘과 무게를 주먹에 실어줘야 상대에게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자신만의 무기를 정성 들여 세공해왔을 그는 그 소중한 주먹을 고작 자기 아내의 얼굴을 때리는 데 사용했다. 코뼈가 산산이 부서진 아내는 이후 평생을 비염과 코골이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한 TV 프로그램의 캡처 이미지와 함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다.

 

 

 

 

전문은 여기서 감상 가능.

http://www.weeklymunhak.com/49/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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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운동할 때 제일 예뻐! 지하 체육관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 어마어마한 크기의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두 줄의 글귀를 보자마자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것이 현재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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