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난생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밥을 먹었다. 그가 만들어준 밥상에서 먹었다.
모든 기념일에 그동안 나는 혼자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각종 기념일에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23년 새해를 맞는 날마저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감격스럽다. 나에게도 이런날이 올줄이야.

나는 새해를 맞이하여 그와 함께 식사를 했다. 떡국은 아니었다. 그가 전날 사놓은 소금빵과 식빵, 그리고 커피 한잔이었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음식을 나누면서 새해를 기념할 수 있다니 그걸로 충분하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연애를 하고 싶은 갈망이 나를 집어삼켰다. 갈망은 초조함과 다급함 그리고 루저로 남게 될 것 같은, 연애시장에서 도태될 것 같은 절망감이 합해진 결과였다. 이러다가 노처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감정에 외로움까지 집어삼켜 나는 너무 우울했다.

우울한 정서가 나를 지배하고 뭘 하든 안될 것 같은 패배감이 나를 둘러쌌다. 영화 '연애빠진 로맨스'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전종서 배우가 연애에 실패하고 읊조린 대사처럼. "나는 어차피 내가 안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나는 안될거야." 라는 대사에 담긴 정서였다.

 

애를 쓰고 노력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받고 싶다는 그 본능적인 욕구는 번번히 좌절되었고 그 좌절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안될 거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한번 연애를 시도해보겠지만, 역시나 안되는구나, 나는 알고 있었어, 나는 원래 그 정도의 인간이야.' 하는 생각이다.

그 생각이 고착화되지만 내가 놓치지 않은 것은 그럼에도 행동했다는 것이다. 계속 연애 대상을 찾아다녔고 몇십차례의 소개팅 끝에 지금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와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친밀함을 더해갔다. 그리고 그의 애정을 통해 나를 지배했던 우울정서를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었다. 세계에서 1명의 사랑만 있다는 그 사실 자체로 온 세계에서 필요한 사랑을 모두 받은 듯 했다. 그리고 하등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나의 젊음과 청춘이, 이제서야 비로소 그 쓸모를 찾은 듯 했다. 사람은 사랑하며 살아야하는구나. 특히 나는 사랑의 욕구가 정말 강했구나.

새해를 맞이해 그와 함께 먹은 소금빵과 식빵, 그리고 한잔의 커피. 이 식사를 통해 나는 1년전의 나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2023년에는 다시는 우울감이 나를 지배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나에게 새해음식은 소금빵이 될 것이다. 에어프라이어에서 다시 덥혀 맛있었던 소금빵과 그리고 따스한 온기가 내 새해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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