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남동생이 코로나에 걸리고 엄마만 음성이 나왔다. 엄마는 나와 한동안 같이 지내게 됐다. 엄마는 오자마자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했고 집은 놀랍도록 깨끗해졌다. 뇌의 어떠한 부분이 발달했기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들어가게 되는지 잘 알게 되는건지는 몰라도 엄마의 특기는 청소와 요리이고 나와는 완전하게 다르다.

 

나는 한번 놓여진 가구에 대해서는 그것은 원래부터 거기에 있어야 한다는 듯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땅에 심겨진 나무처럼 느껴진달까. 그래서 나는 아주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구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지내며,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지면 가구를 옮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채 카페로 피신을 갈 뿐이다. 내가 집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정리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나의 뇌는 청소와 정리에 적합하도록 훈련되있지 않다. 

 

 

친구네 집에서 아주 편한 의자를 발견하고는 집에 와서 바로 구매를 했다. 하지만 좁은 집에 둘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나는 의자를 떡하니 놓고는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의자를 뛰어 넘어갔다. 마치 이 의자는 애초에 거실 바닥에 심겨져 자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매번 의자를 뛰어 넘어가면서 발에 상처가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아주 험한 산골짜기를 거슬러 걸어가면서, '힘들지만 이 여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거야'라고 외치는 것처럼. 

 

하지만 엄마가 집에 머무는 며칠만에 집은 아예 바뀌었다. 이것은 내가 아무리 노력을 들여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큰 골자의 청소를 대충 진행하면서 내게 잔 일을 시켰다. '이것은 여기에다가 버려라', '이 서랍은 다 정리해라', '이 물건들을 박스에 넣을테니 종류별로 분류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대로 하면서도 굉장히 힘들었다. 혼잣말로 '힘들어서 죽을 것 같네'라고 중얼댔다. 시키는대로 하다가도 어떤 물건들을 보면 그것이 가진 추억과 히스토리에 빠져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주 빠르게 잊었다. 그리고는 이 물건들이 지닌 역사와 그로 인한 내 감정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했고 엄마는 늘 그렇듯이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잘하는 것을 잘하면서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는 삶의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깨달은 것이다. 나는 정말 청소를 못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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