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조카가 이모가 집에 가지 말았으면 좋겠을 때 꼬시는 법이다.


4살 아이는 이모가 짐을 싸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왜? 라고 묻는다. 

이모 집에 가야지. 라고 말해도 전혀 못 알아들은 척하고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왜요? 라고 다시 묻는다. 그 얘기를 듣는 이모는 뭔가 아이가 안쓰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에 이모 우리 다이노 만들어야되잖아. 이따가. 라고 자석블록 같이 만들자고 말한다. 이모와 같이 만들다가 다 완성하지 못한 공룡을 만들자고 한다. 이모를 집에 붙들어 둘 수 있는 건 아이에게는 몇가지 방법이 없다. 자기와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다. 너가 다 부술거잖아. 라고 되받아친다. 안 부술건데. 4살아이는 갑자기 착해진다.

 


그래도 안되면 이모 물통 내꺼야. 하고 이모의 텀블러를 가져간다. 이거 내가 가져야지 하고 이모가 집에 가져가려는 짐을 숨겨놓으려고 한다. 그러면 이모도 4살아이의 돼지 장난감을 하나 들고 이건 이모가 가져갈게. 라고 말한다. 그러면 4살 아이는 금세 울상이 된다. 안돼애애애~ 내 꿀꿀이야. 라고 말하면서 징징 댄다. 그렇다면 교환에 성공할 수 있다. 

 


안녕. 이모 안아줘. 하면 4살 아이는 착하게도 이모를 꼭 안아준다. 아이는 울거나 떼쓰지 않는다. 그저 그대로 다른 관심사가 생겨 그리로 옮겨간다. 아이란 참 빠르게 관심사가 생기고 새로 또 재밌어하는 존재다. 그저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그대로 다른 일로 옮겨간다.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겠다.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엄청난 회복탄력성이다. 

다섯살이 된 조카는 내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자기 방식으로 좋아한다. 계속 만진다. 도망가도 쫓아가서 만진다. 구석으로 숨으면 그 구석으로 쫓아들어간다.

 

그리고 왜 자꾸 나를 피해? 라고 묻는다. 그럼 나는 조카의 머리와 얼굴을 막 만지고 배를 간지럽힌다. 누가 널 이렇게 계속 만져서 너가 싫어서 도망갔는데 쫓아다니면서 계속 만지면 넌 좋아? 고양이가 너 싫어할 것 같아.

 

조카는 입을 비쭉이며 나는 가만히 있을건데. 라고 한다. 아닌데. 너 저번에 이모한테 살려달라고 했는데. 난 약올리면서 웃는다. 깔깔깔.

똘똘한 아이는 고양이한테 미움을 받기는 싫은 모양이다. 이제 더 고양이를 만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를 안아준다. 그리고는 내가 안아주는데 왜 자꾸 움직여? 라고 묻는다.

 

그건 불편하니까. 너가 불편하게 안고있으니까. 너가 고양이 머리를 아래쪽으로 해서 자꾸 머리를 박으니까 고양이가 도망가지. 설명을 해준다.

 

아이는 깔깔 웃는다. 왜 그런건지 궁금한건 아닌 모양이다. 그냥 동물이 자신한테 안겨있다가 미끄러져 빠져 나가고 다시 잡으러 가고 다시 빠져 나가고. 이런 상황이 재밌는  모양이다. 그냥 계속 웃고 웃는다.

 

아니면 아직 작은 아이라 훨씬 작은 생명체를 만나보지 못해서 형아가 된 기분이 좋은가. 나도 뭔가 번쩍 번쩍 들 수 있다는데 기쁜걸까.

 

아이는 2018년 1월에 태어났고 고양이는 2018년 2월에 태어났다. 아이는 16키로이고 고양이는 4키로다. 나는 고양이를 4년째 키우고 있고 내 동생도 아이를 4년째 키우고 있다. 하지만 내 고양이는 이제 고작 10년정도 더 살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고양이를 자주 만나게 해 아이가 내 고양이를 사랑하게 만들어서 우리 10년 후에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머리를 박고 같이울자. 이게 내 바람이자 큰그림이다.

 

그때까지 아이와 내가 고양이를 같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있는 만큼 나중에 그만큼의 슬픔이 깊어질까봐 어쩐지 무섭다.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이 그저 자라기만 아이의 시절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시절을 지나야만 비로소 성장을 할 수있고 인간이란 생명체가 돼 드디어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시기가 찾이오는 것처럼. 나의 훗날 어느 시기에도 내가 예상치 못한 슬픔이 있겠지만 또 기대치 못한 기쁨도 있을 것을 안다.

 

그저 자라고 무럭무럭 잘 크는것만 해도 되는 아이의 시절.

 

이 시절의 아이는 정말 타고난 그대로 지내고 있다. 그걸 보는게 난 즐겁다. 정말이지 인간이란 사실 원래 반짝반짝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 아이는 고양이의 자세를 한번 보고 너무 잘 따라한다. 한번 보고는 고양이 자세를 흉내낸다. 정말 타고난 재능이다. 이건 요가 자세, 스핑크스 자세인데. 배우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잘하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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