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언니단에서 나온 글인데 좋아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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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단’ 레터가 돌아왔다! 일잘러 언니들의 2023 갓생 응원 프로젝트 일하는 언니들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부터 천문학자까지 다양한 직군의 여성들이 직접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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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오늘에 연결된 어제와 내일의 문을 닫는다. 온전히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 위함이다.
하루를 세개의 덩어리로 나눈다. 오전(08:00~14:00), 업무 시간(14:00~18:00), 저녁(18:00~24:00).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시 너무 좌절하지 말 것. 실패는 수습하면 된다.



1. 오전(08:00~14:00): 혼자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보내기

회사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게 알람 소리다.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로 알람을 해도, 졸린 귀에는 송곳처럼 따갑다. 내게는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기분 좋은 하루의 아주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개운하게 눈이 떠질 때까지 충분하게 자고 일어난다. 그러면 8시쯤 된다.

입을 가볍게 헹구고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에 일기를 쓴다. 이름하여 ‘모닝 페이지’라는 것인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나온 창의성을 일깨우는 기록 방법이다. 마음속 시끄러운 말들을 다이어리 세 페이지에 탈탈 털어놓으면 머리가 깨끗해진다. 그렇게 미움과 걱정 등을 쏟아내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일기를 쓴다.

9시에 옷을 갈아입고 요가 학원에 간다. 요가를 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자세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다. 종종 요가 경력 10년이 넘은 할머니들의 유연함을 따라가려고 혼자 무리를 할 때가 있다. 선생님은 ‘경쟁하지 않습니다’라고 조용히 말한다. 경쟁하지 않고 내 몸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며 70분의 요가 수련을 하고 온다.

10시 30분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다. 샤워는 꼭 11시 이전까지 마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12시까지 점심을 준비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은 주로 파스타를 먹는다. 나는 스스로를 성북구 명예 이탈리안이라 생각한다. 그날의 파스타를 먹고, 설거지거리를 물에 담근 다음 바로 일어나 산책을 나선다. 날이 선선하면 1시간 걷고, 아니면 보통 30분 정도 걷다가 들어온다.

* 이 시간 동안에는 휴대폰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으려 애쓴다. 거래처에 오전엔 운동하느라고 연락이 어렵다고 미리 말해두면 충분히 가능하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새벽에 기상하면 위와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저렇게 하면 엄청 힘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노력하는 만큼 삶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일찍 자는 게 더 힘들다. 그걸 해내면, 누구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한 오전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2. 업무 시간(14:00~18:00): 4시간만 일하기


업무 시간에 내가 하는 일들은 매번 바뀌기 때문에 그걸 나열하지는 않겠다. 대신 내가 어떻게 4시간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바꾼 책 중 하나로 롭 무어의 『레버리지』를 꼽는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간단하다. 싫어하는 일, 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관하고 좋아하는 일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라는 것. 나는 겁과 의심도 많아서 남들에게 내 일을 잘 못 맡겼다. 근데 일을 맡기는 데도 기술과 경험치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간 나는 겁과 의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저 레버리지를 할 능력이 부족해서 모든 일을 떠안고 살아온 것이다. “당신을 인정사정없이 부렸던 사람들을 생각하세요.” 그 문장을 읽으니 부들부들 치가 떨리며 오기가 생겼다. 그래, 그 사람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하겠어. 동시에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전가하거나 다른 사람을 인정사정없이 부린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두개를 교환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도울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첫번째가 택시였고, 두번째가 집 청소 서비스였다. 나는 일정한 곳에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장소에서 일을 한다. 그럴 때마다 경로를 찾고, 환승을 하면서 이동하면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때 택시를 이용하면 아주 많은 체력을 아낄 수 있다. 택시 기사님은 운전을 좋아한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대신 그 시간에 돈을 벌고 택시비를 지불하면 서로 행복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둘에게 전혀 손해가 되지 않는다. 청소 서비스는 집에서 일을 오래 하다보니 귀찮은 청소거리가 많이 쌓여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작하게 됐다. 애초에 크게 어지르는 편이 아니라서 2주에 한번, 2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가격도 3만원 중반대로 합리적이다. 이 두가지를 하면서 레버리지 연습에 자신감이 붙었다. 3년 동안 직접 붙잡고 있었던 영상 편집을 다른 사람에게 이관했다. 책 또한 출판사와 함께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업무 커뮤니케이션보다 대신해주는 MCN 파트너십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최근엔 디자이너까지 고용했다. 그렇게 내가 하기 힘들거나 싫어하는 일들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맡기고 덜어내니, 하루 4시간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꼭 강조하고 싶은 건, 4시간만 일하는 방법이 집중을 열심히 한다든가 계획을 잘 세우는 식의 걸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같이 일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노트에 본인이 하는 일을 전부 쭉 적어보길 바란다.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구분하면 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쓸수록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


3. 저녁(18:00~24:00): 제대로 휴식하기

일단 저녁을 쉬는 시간으로 빼둔 이유는 단순하다. 쉬지 않으면 일을 저녁까지 끌고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면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살면서 겪는 손해 중에서 건강만큼 치명적인 게 또 있을까. 그래서 일을 선택할 때의 가장 중요한 기준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볼 때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저녁에는 아침만큼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만들거나 기획하는 일은 지양하려고 한다. 그림을 주로 저녁에 그리는 이유는 그게 내게 머리 쓰는 일보다는 놀이에 가까워서 그렇다. 여러분도 본인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현명한 사람인지 알아두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최대 효율을 낼 수 있게 하루 루틴을 계획하면 생산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어쨌든 저녁의 나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쉬는 것을 택했다. 쉬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스스로가 만든 규칙과 규율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나는 빛에 예민하기 때문에 조도 관리를 열심히 한다. 간접 등으로 편안한 무드를 만들고 에어컨과 가습기, 제습기 등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꼭 샤워를 한다. 특히 사람을 만나고 온 날에는 더욱이 꼼꼼하게 샤워를 한다. 사람과 만난 흔적을 그걸 씻어내는 나만의 의식이다. 그래야 다시 깨끗하게 내일의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쉽지는 않지만 전자기기를 멀리하려고 한다. 세상과 너무 많이 연결이 되어있으면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또 거기에 맞춰서 살려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힘이 든다. 수영이든 글쓰기든 그림이든 삶에서 항상 힘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일이지. 저녁에는 내게 온전히 집중하면서 하루 동안 쓴 힘을 다시 회복하는 시간을 보낸다.

* 친구를 만날 경우에는 밤 11시 이전에는 돌아오도록 한다. 그래야 내일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 하루만 산다고 다짐했을 때, 열심히 살려고 하루를 너무 오래 붙잡아두는 것은 좋지 않다. 오늘을 잘 보내주는 연습을 해야 다시 건강한 내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저녁은 오늘의 나를 쉬게 하고, 잘 보내주는 시간이다. 욕심을 갖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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