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다.

미국 그래픽노블 한부분 갖다 연극으로 만든 느낌이다.

배우들이 예쁘고 목소리가 엄청 크다.

타냐 역할 배우가 조녜에 스타일도 너무 예뻐서 몰입이 됐다. 

 

지루하지도 않고 방방 뜨는 느낌에 효과음도 좋아서 진짜 한편의 연극 보는 느낌이었다.

 

어떤 남자가 우울하게 앉아있다. 남자의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렇다. 
엄마가 평생 글을 쓰셨는지 집은 온통 서류더미로 가득차있다. 
그리고 이 남자의 여자친구가 있다. 타냐다. 타냐는 엄청 예쁜 배우인데 옷은 중세시대 옷차림이다.
남자는 일도 안하고 백수생활을 하고 있고 타냐는 그런 남자를 보면서 
자신과 결혼을 하고 싶으면 엄마가 물려준 서류더미를 다 정리하고 집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처럼 만들자고 한다. 그리고 집 앞에는 아이스크림도 팔자고.

대사가 너무 찰지고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글을 너무 잘쓰는 작가가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대사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말을 너무 잘썼다. 그리고 배우들도 연기를 잘했다. 

그러다가 타냐는 일하던 술집으로 간다. 
술집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이 여자는 미란다다. 미란다를 맡은 배우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털털하고 발성도 좋았다. 검색해보니 연세대 졸업하신 앨리트 배우.(이지혜 배우님)


이 여자가 막장이다. 
일단 예쁜 외모로 먹고 사는 느낌에, 이남자 저남자 엄청 엮어 있다.
그리고 인문학부를 졸업해서 빚이 8억원이 넘는다고 하고 
이 빚 때문에 남자한테 스폰을 받는 느낌이다. 
이 여자와 남자가 막장스러운 대화를 펼치고 있다. 
근데 말의 맛이 얼마나 좋은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이 여자를 스폰해준다는 남자가 등장. (김승환 배우님)

이분인데, 이분도 카리스마가 있고 어찌나 연기를 잘하시던지.
시선강탈이다. 
여튼 말의 맛으로 보는 연극이었다. 
장면 장면이 미국 그래픽 노블의 한장면 한장면 같았다. 

 
 
 
 
 
 
 

우리의 선택이 달랐다면 어찌 됐을까?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때 그 상황에서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 연극은 평행우주 4곳을 보여준다.

 

같은 상황에 놓은 마리안과 롤랜드. 그들은 전부다 다 다르게 반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 같은 결론으로 간다.

처음 만났을 때

둘은 관계가 진전되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관계가 흘러가도

1.처음 만나고

2.그 다음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갔다가

그냥 집에서 나오고

3. 다시 재회하고

4. 프로포즈 하고

5. 한명이 아프다. 그리고 말을 잃어간다.

이렇게 그들은 어떤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난 내 연애사와 이 연극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싸우고 어떤 상황을 겪더라도 다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사랑의 역사를.

 

평행우주에서의 두 연인은

말투와 생각이 조금은 달라도 결국 사랑을 이어나간다.

성역할도 일부러 바꿔서 한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둘이 바람을 피는데 제임스와 앨리슨이라고 해서

동성애인가? 했다. 근데 원작에서 언급하고 있는

역할을 서로 남녀가 바꿔서 연기했다.

첨에 남자랑 여자랑 집에 같이 가서 한잔 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남자가 마음을 바꿔서 그냥 집에 가라고 한다.

여자는 어이 없어하면서

뭐 때문이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계속 옆에 있고 싶다고 한다.

난 연극을 보면서도 남자가 정말 이상하다, 아니면

남자가 연자를 안좋아하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남자한테 한잔하러가자면서

마음에 안들면 영원히 안봐도 되니 한번 만나자고 하는 것을 보면서

저 여자가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했다.

근데 사실 남자 대사였다는 걸 알고서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이것만 봐도

남자들이 평소에 훨씬 더 배려하고 더 많이 구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청혼도 여자가 하는데

이걸 보면서도 되게 신여성이다, 했다.

근데 원작에서는 남자가 청혼하는 역할이니 수긍이 갔다.

아픈 남자를 돌보는 것도 여자고,

끝까지 있어주는 것도 여자고,

남자는 되게 투덜대고 신경질내고 그런다.

그걸 보면서도 여자가 정말 대단하다, 착하고 인내심이 크구나,

진짜 사랑하나봐,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것도 참 남자한테서 당연하게 받는 배려였구나 이런생각도 했다.

이런 결정도 되게 연출을 잘한 것 같다.

 

맨 마지막에 하는 대사,

우리의 시간은 분자와 원자 단위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라고.

우리의 시간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을 거라고 한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연극은

취업 면접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철학적인 얘기다.

'너 자신이 되라. 가면을 벗어버리고.'

취업 면접관이 계속 얘기하는 것이다.

 

면접자는 생계가 달린 취업 면접이기 때문에

억지로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너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옷을 벗고..등등.

여기에서 실제로 옷을 다 벗는다.. 진짜 깜짝 놀랐다.. 

배우란 엄청난 직업이구나, 깨달았다.

남자는 면접관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자신이 했던 대단한 행위들을 늘어놓는다.

뭘 배웠고 뭘 잘하고 얼마나 뛰어난지.

면접학원에서 코치받은 그대로 형식을 갖춰서.

면접관인 부장은 그런걸 원하는게 아니라

마치 심리상담사처럼 내면을 파헤치길 원한다.

사실 면접관도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면접자를 괴롭히는 것 같다.

그저 진짜 날것의 인간이 되길 원한다.

진짜 분노할때,

억눌리거나 뒤틀린 욕망을 보일때가

언젠지, 어떻게 그런 것들을 표출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결국은

꾸며낸게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고싶다는 것이다.

사람을 밀어붙인다. 너 자신이 되어라고.

자기 자신을 알고싶어하지 않는 사람에게.

면접 자리에서.

사는게 바쁜 사람에게.

되도 않는 요구를 한다.

그걸 면접자는 순순하게 다 듣는다.

이거야 말로 갑질 아닐런지...

두명이서 연극을 끌고 가는데

연기를 너무 잘한다.

대사도 진짜긴데

거의 틀리지도 않고

전부 다 외우고 잘 연기한다.

재밌었다.

근데 서사가 없기 때문에

예술적인거나 소설형식으로 문어체가 진행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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