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는 지 멋대로다. 내 기분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는다.

 

내가 기분이 안좋아서 침대에 널부러져 누워 있으면 고양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배 위에 올라온다. 정말 배짱도 좋다.

 

그러나 고양이가 부드럽게 내 위에서 골골대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고양이가 더 있기를 바라지만 고양이는 지멋대로 나를 떠난다.

 

 

"고양이야. 내게 더 있어. 이리와. 이리와서 내 옆에 있으라구. 자꾸 어딜 도망가는거야? 이리오라니까."라고 간절히 불러봐도 들은척도 안한다. 정말 배짱도 좋다.

 

정말 자기 멋대로다. 고양이는 자신이 오고 싶을 때 내게 오고 충분히 만족했으면 내 기분 따위는 신경도 안쓰고 그저 떠나버린다.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고양이야. 네가 모르는 게 있는 모양인데. 네 밥이랑 물이랑 다 내가 주는거야. 너의 똥도 내가 치워주는 거란다. 고양이야. 밖에는 매우 추워. 집에 있으니까 따뜻한건지는 알고 있니? 너 내가 쫓아내면 어떻게 살려고 이렇게 배짱 좋게 굴어?" 라고 말을 걸었으나

 

고양이는 "그게 무슨 대수냐. 나는 네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거란 말이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얼굴은 여전히 귀엽게 표정을 짓고서는

 

 

정말 어이가 없다. 이렇게 배짱 좋은 녀석을 다 봤나. 고양이의 배짱을 보면서 사실 내가 겹쳐 보였다.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보면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쟤는 참 배짱도 좋아. 지 신경질을 있는대로 다 부리고. 밥 안먹겠다 뭐 안하겠다 투정 부리고. 참 배짱도 좋아. 지가 먹는거 입는거 자는데 다 우리가 준 건데."

 

"꼭 맡겨놓은 것처럼 당당하게 구는 저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내 딸은 부모 마음 같은건 생각도 안하고 기분도 안살피고 지 하고 싶은대로 하는데 참. 저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내 배짱은 내 부모가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건 뭔가 태어날 때부터 알았던 본능이랄까. 내 부모는 나를 끝까지 사랑하겠지 하는 마음.

 

그러나 철이들고 나이가 들면서 청소년기, 방황하던 시절의 내가 객관적으로 보인다. "너는 정말 배짱도 좋아. 마음에 안들고 짜증이 나면 그걸 다 표현하고. 네가 여태까지 살아온게 누구 덕인줄도 모르고. 정말."

 

내 고양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내 노트북도 망가뜨린 주제에. 지 마음대로 하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서 나는 왠지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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