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분위기 바뀐 유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유럽 주요국들은 국방비에 지출하는 예산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추세였어요. 비용 자체를 아예 줄이는 건 아니지만 각국의 경제 규모 대비 지출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군비 축소’ 기조를 보여 왔죠.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 국가들은 발 빠르게 그동안의 군비 축소 기조를 바꿨어요. 독일은 전쟁이 일어난 다음 달인 작년 3월에 국방비를 대폭 늘렸어요. 일회성 국방비 예산으로 1000억 유로(약 135조원)를 책정했는데, 직전 연도 국방 예산인 470억 유로(약 63조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었어요. 또 기존에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이었던 국방비를 2024년까지 2%로 늘리겠다고 밝혔어요.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영국·벨기에 등 다른 주요국도 국방 예산을 높여 잡았어요.

 

국방비 지출을 GDP의 2% 수준까지 늘리는 건 미국 주도로 결성된 북미·유럽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합의한 공동의 목표치이지만, 기존에는 NATO 회원국 상당수가 2%에 못 미치는 국방 예산을 책정해왔다고 해요. 그만큼 군사비용 지출에 소극적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바뀐 거고요. 
 
아예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유럽 합동군’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어요. 육·해·공군을 모두 포함해 5000명 규모로 창설하는 합동군은 ‘신속 대응 전력’으로 활용될 예정이에요. 이르면 올해부터 정기적인 합동 군사 훈련을 시작하는 방안 또한 염두에 두고 있대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일본
아시아에서도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움직임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돼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중국은 지난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우방국이기도 하고,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군사력을 보유한 군사대국이니까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국방 분야를 항상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나라는 물론, 그동안 호시탐탐 군사력 증강을 위해 눈치를 봐왔던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어요. 특히 일본은 오랫동안 노리던 기회를 잡은 모양새예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전쟁에서 패한 이후 ‘전범국(전쟁 범죄를 저지른 나라)’으로서 여러 군사적 제약을 받아왔어요. 승전국인 미국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군대’를 보유하는 것조차 금지해왔죠. 그래서 일본은 군대가 아닌 ‘자위대’만을 보유하고 있어요. 일본의 자위대는 군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군대와는 달리 선제공격을 할 수 없어요. 오직 방어를 위해 창설된 군사조직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난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킨 합의가 이뤄졌어요. 미국이 일본의 ‘선제 타격 능력’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선제공격이 가능한 경우를 ‘명백한 공격 징후가 포착됐을 때’로 한정하긴 했지만, 이 ‘명백한 징후’가 무엇인지 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본이 공격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에요.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어요.
지난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일본은 또 작년보다 올해 방위비를 26.3%나 늘렸고, 2027년까지는 이 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어요. 미국은 이 방침을 공식 환영했고요. 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미일 관계를 현대화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는데, 여러 전문가들은 이 내용을 일본이 ‘패전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어요.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허용해준 것은 앞서 언급했듯 중국 때문이에요.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일본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북한의 미사일 위협도 영향을 줬어요. 중국의 우방국인 북한이 미사일로 위협할 경우 일본이 선제 타격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핵 전력을 제외한 각국 군사력 추정치 기준
자료=Global Firepower
어쨌든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78년 만에 사실상의 선제공격이 가능한 군사조직을 보유하게 됐어요. 여기에 쓰는 돈도 확 늘린다고 하니 중국 못지않은 ‘군사대국’이 될 수 있겠죠. 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또한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어요.
 
일본만 기회를 잡은 건 아니다?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적인 군사력 강화와 경쟁 추세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부담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에게도 기회’라는 분석이 최근 쏟아지고 있어요. 방위산업(군수산업) 분야의 우리 기업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측면 때문이에요. 요즘 뉴스에선 흔히 한국 방위 산업을 ‘K-방산’으로 부르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요.
 
주요국이 군비 경쟁에 나섰으니 방산 기업들 입장에선 갑자기 호재가 닥친 거예요. 지난해부터 전쟁까지 계속된 탓에 세계적으로 무기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해요. 방산 분야에서 압도적 1위인 미국의 기업들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대요. 세계 5위권 방산기업은 모두 미국 회사거든요.
그런데 얼마나 무기가 많이 필요한지, 이 주요 기업들이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는 게 중요한 점이에요. 한국 방산기업에도 기회가 생긴 거죠.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의 영향을 받아 국방 분야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왔어요. 그 덕에 이제 K-방산은 꽤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요. 아직 미국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능은 미국 무기보다 살짝 떨어지고 가격은 꽤 저렴해서 매력적인 면이 있대요.
 
날아오를 준비하는 K-방산
지난해 K-방산은 이런 장점을 내세워 유럽 국가에 처음으로 대규모 무기 수출을 성공시켰어요. 폴란드에 소형 전투기, 전차 등 총 20조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를 수출하기로 했는데, 당시 언론이 ‘수출 대박이 터졌다’고 치켜세울 정도로 큰 성과였어요. 한화디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이 각각 수조원 규모 계약을 따냈죠.
 
한번 유럽 시장을 뚫기는 정말 어려웠지만, 일단 무기 거래를 시작했으니 예전보다 경쟁력이 훨씬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에요. ‘무기’라는 예민한 물건을 다루다 보니 방위 산업에선 납품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신뢰도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이 계약에 힘입어 국내 방산 업계의 지난해 수출액은 11월 말까지 역대 최고 금액인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돌파했어요. 기존 최고 연간 수출액인 72억 달러의 2배를 훨씬 넘는 금액이에요.
 
우리 기업에 기회라지만...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K-방산은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정부도 방산 수출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에요. 2017~2021년 기준 세계 8위 수준(2.8%)인 세계 방산수출 점유율을 5% 이상으로 끌어 올려서 ‘세계 4위 수출국’이 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어요.
 
최근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 후 양국이 적극적인 방산 분야 협력을 약속한 것도 이런 노력 중 하나였어요. 중동의 석유 부국인 UAE에 국산 무기들을 수출할 수 있도록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거죠.
 
앞다투어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주요국, 그 덕에 국내 방산기업들은 날아오를 기회를 잡았어요. 우리 국민으로서 기쁜 일이긴 한데, 세계 곳곳의 화약고를 무기로 채울 기회라고 하니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해요. 과연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올해 K-방산은 정말 대규모 수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세계는 언제까지 군비 경쟁을 계속하게 될까요.

디그는 매일경제에서 만드는 뉴스레터다. 

쉽고 잘 쓰여져 있어서 종종 본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대부분 국가들이 국방비를 증가시키면서 

k방산에도 기회가 생겼다는 내용. 

알찬 것 같아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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